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작년에는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3월 중순부터 모든 학교들이 문을 닫았다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고, 학교들마다 졸업식이 모두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아들 은우가 다니는 고등학교도 다 같이 모이는 졸업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저 한 명씩 차를 타고 학교에 와서 따로따로 졸업장을 받아가는 정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은우네 학년이 졸업반이 된 작년 가을 이후에도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계속 좋지 않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섞어서 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 15일부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하던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나가는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는데, 약간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큰 탈 없이 학년도를 마치게 되어 참 감사합니다.
그러던 중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백신이 공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았고 그 후 16세 이상 청소년들도 접종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졸업식을 어떻게 하려나 보았더니,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올해도 다 같이 모여서 하는 졸업식은 갖지 않는 대신, 몇 차례의 야외 행사들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학교 풋볼 스타디움에서 졸업생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쓴 채 졸업식과 거의 유사한 내용의 행사를 가졌는데, 졸업장 수여식은 하지 않았기에 40분 정도로 짧게 진행되었습니다. 졸업장은 오늘 오후에 각자 이름 순서대로 한 명씩 자동차를 타고 가서 학교 본관 정문 앞에 내려 교장에게 받아 가지고 가게 됩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학교와 학군 측이 최대한 의미 있는 졸업식 행사를 제공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느껴져서 고마웠습니다.
저희 가정이 이곳에 와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 겨우 두 살이었던 은우가 어느덧 16년의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됐고, 키도 저보다 커졌으며, 이번에 고등학교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제가 목회로 바쁘다고 아빠로서 제대로 돌보아주지도 못하고 많은 것들을 제공해주지도 못해서 주로 아내가 혼자 이것저것 챙겨주며 애를 썼는데,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어서 감사하고, 특히 청소년기에 많은 유혹들이 있음에도 전혀 한눈팔지 않고 착하게 잘 자라주어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사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인도해주시고 보호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은우는 8월 중순에 집을 떠나 텍사스 주 휴스턴에 소재한 Rice University에 가서 공부하게 됩니다. 요즘 대학교 학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그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좋은 학교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니게 되어서 재정적으로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이 있습니다. 대학을 놓고 저희 부부가 계속해서 기도했던 제목이 “하나님, 은우가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세요.”였는데, 그대로 응답해주셨습니다. 휴스턴에는 서울교회 영어회중을 비롯하여 좋은 영어권 교회들이 많습니다. 물론 좋은 교회가 많다고 저절로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영적 환경이 갖춰진 곳으로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