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하면 대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나사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대형 망원경 프로그램’(Great Observatories Program)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주공간에 대형 망원경을 띄워 놓고 우주를 관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사는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지구 궤도 상에 4개의 우주 망원경을 올려 보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것들을 통해 우주를 관측해오고 있습니다.
우주로 쏘아 올린 순서대로 그 4개의 망원경을 적어보면,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관측하는 ‘허블 우주 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감마선을 관측하는 ‘캄튼 감마선 천문대’(Compton Gamma Ray Observatory), 엑스레이를 관측하는 ‘찬드라 엑스레이 천문대’(Chandra X-ray Observatory), 그리고 적외선 즉 열을 관측하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 순입니다. 그 중 캄튼은 2000년에, 스피처는 작년(2020년)에 임무를 종료했습니다.
마침 주중에 <아론의 송아지>(임택규 저, 새물결플러스 간)라는 책을 읽다가 찬드라 망원경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찬드라’라는 이름은 인도계 미국인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Subrahmanyan Chandrasekhar, 1910~1995)에게서 따온 것인데, 그의 이야기를 접하고 큰 감동과 도전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찬드라세카르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유학을 위해 1930년 인도에서 영국으로 배를 타고 가던 중 18일간의 항해 기간 동안 별이 어떻게 생을 마감하는가에 대한 계산에 성공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그의 나이는 약관 20세에 불과했습니다. 그 계산이 지금은 ‘찬드라세카르 한계’(Chandrasekhar Limit)라고 불리며 별의 질량과 소멸의 관계에 대한 주요 이론이지만, 발표 당시에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당시 천문학의 거장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으로부터 심한 조롱과 공격을 당하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크게 상심하여 진로를 바꿔야 할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찬드라세카르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그의 이론은 과학계의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여키스(Yerkes) 천문대에서 교수로 일하게 되었는데, 한 번은 물리학과 대학원생 대상으로 강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목에 단 두 명의 박사과정 학생만 수강신청을 한 것을 본 대학 측은 그에게 강의를 취소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찬드라세카르는 단 두 명의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여키스 천문대가 있던 위스콘신 주에서 시카고 대학교까지 편도 100마일의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다니며 그들을 지도했습니다.
1957년 중국인으로는 최초로 리정다오와 양전닝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찬드라세카르 교수가 100마일 떨어진 곳을 운전하고 다니며 지도했던 두 학생이 바로 이 두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찬드라세카르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단 2명을 가르치겠다고 그 먼 거리를 오가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그의 열정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길러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큰 도전과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가 단 한 명의 VIP를 위해 시간과 물질을 희생해가며 섬기는 것이 사람들의 눈에는 쓸 데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섬김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노벨상과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의 상을 받게 되는 엄청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