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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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큐티 본문이 출애굽기인데, 지난주 동안 계속 열 가지 재앙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이집트 바로(파라오) 왕에게 보내셔서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어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게 하라는 말씀을 전하게 하셨지만, 바로가 마음을 완악하게 하여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십니다.
그리하여 나일 강이 피로 변하는 재앙을 시작으로 개구리, 이, 파리, 전염병, 악성 종기, 우박, 메뚜기, 흑암 재앙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된 이집트는 나라 전체가 초토화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는 계속 고집을 부리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주지 않습니다.
일곱 번째 우박 재앙 이후 모세가 바로에게 다시 와서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메뚜기 재앙을 내리실 것이라고 전하자, 그 동안 보다보다 못한 바로의 신하들이 마침내 입을 열어 바로에게 직언을 합니다. “임금님께서는 아직도 이집트가 망한 것을 모르고 계십니까?”(출 10:7) 신하들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하나님께서 내리신 재앙 때문에 이집트 온 나라가 아주 황폐하게 된 것입니다.
자기가 태양신의 아들인 동시에 신이라고 하는 바로였지만 하나님께서 내리신 재앙 앞에서 그는 아무런 대웅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지 않습니다. 제국의 최고 통치자로서 백성을 보호하고 나라를 잘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면서도, 온 나라가 초토화되고 국민들이 비탄에 빠진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자기 입장만 고수합니다.
그러한 바로 왕의 태도를 보면서 문득 한 가지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오래 전 목회편지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던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입니다. 지금까지 자기가 해오던 일이 틀렸다고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거기에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업이든 직장의 프로젝트이든 집안일이든 오랫동안 열심히 해왔는데도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이미 많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는 이유 때문에 계속 그것을 붙들고 있을 때, 그것이 바로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 모습입니다.
이것의 한 예가 월남전입니다. 미국이 전쟁을 질질 끈 이유가 바로 이 매몰 비용의 오류 때문이었습니다. ‘이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군사들이 희생되었다. 이제 와서 중단하면 그들의 목숨을 헛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참전을 결정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비난받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여러 차례의 재앙을 통해 나라가 망해 가는 것을 보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바로의 모습을 보며, 그가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이제 그만두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되기 때문에 알면서도 끝까지 고집을 부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잘못된 고집은 결국 자신의 큰아들을 비롯해서 이집트 모든 장자가 죽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고 맙니다.
잘못된 일인데도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깝다고 바로처럼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일은 단 한 가지, 즉 예수님께서 주신 ‘대 사명’뿐입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것’은 결코 중단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모든 일에는 기도하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가운데 지속이냐 중단이냐를 지혜롭게 판단하며 나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