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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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모임 때나 기도 짝으로 만나 감사 제목을 나눌 때, 감사할 일이 별로 생각나지 않으면 흔히 하는 말이 ‘늘 똑같다’는 말입니다. 매일 사는 게 비슷하고 별 변화가 없어서 특별히 감사할 제목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으니까 그냥 ‘범사에 감사하다’거나 ‘지난주와 똑같다’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늘 똑같다’라는 말이 정말로 감사할 제목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일상적으로 늘 하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니까, 매일 똑같이 살던 것도 축복이었음을 깊이 느끼며, 평범한 삶이야말로 귀한 감사의 제목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며칠 전부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는데, 바이러스는 여전히 멈출 기미가 안 보이고 더욱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오하이오 주도 감염자가 어제로 1,400명이 넘었고 매일 그 수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교들은 진작부터 휴교 상태이고, 수많은 사업체들이 문을 닫았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모두 다 ‘집에 머물라’(Stay at home)고 하는 행정명령도 발동된 상황입니다. 매일 뉴스를 보면, 이 상황이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가장 그리운 것은 서로 반갑게 만나 악수하며 인사하던 것입니다. 지금은 얼굴을 마주 보고 만나면 안 되고, 다른 사람과 지나칠 때 최소 6피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함께 만날 수도 없고 반갑게 손을 마주 잡으며 인사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이번 사태가 여러 가지로 힘든 반면, 깨닫는 점들도 많습니다.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서로 만나 반갑게 악수하며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만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수다 떠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또한 매주 목장으로 함께 모여 찬양하고, 아이들을 안아주며 축복기도를 해주고,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갖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만날 수 없는 지금에야 깊이 깨닫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주일과 수요일에 라이브 영상 예배를 시작했는데, 약간의 기술적 문제는 있었지만 수고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실시간 온라인 방송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서 그것을 활용하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라이브 영상 목회편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목장들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여 온라인상으로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는 목장들에 저도 잠깐 방문하여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요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라이브 영상 예배나 실시간 비디오 미팅이 가능해져서 감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나 교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부족함과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여러 모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삶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지금 이 상황은 우리 믿음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 사태가 지나고 난 다음 어떻게 될 것인가는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올바른 믿음으로 매일 나아간다면, 이 사태가 지난 후에는 더욱 모이기에 힘쓰며 열정적으로 예배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만나서 나누는 교제를 귀하게 여기며 서로 교제를 나누는 지체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매주 모이는 목장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며 함께 모이는 데 더욱 열심을 낼 것입니다. 더욱 서로를 사랑으로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모두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을 기대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