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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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회편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지난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미국장로교 연금국에서 주관하는 ‘크레도’(CREDO)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참석한 CREDO 컨퍼런스에서는 목회자의 다섯 가지 요소(영성, 소명, 재정, 정신건강, 신체건강)에 대한 전체 강의가 있었고, 각각의 요소에 대해 주제별 강의와 워크샵도 있었으며, 소그룹 모임도 있었습니다.
그런 형식들은 다른 컨퍼런스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CREDO가 다른 컨퍼런스들과 가장 달랐던 점은, 바쁜 일정으로 진행된 첫 3일이 지난 다음부터는 개인 시간을 많이 주어서 홀로 묵상과 성찰을 충분히 하도록 해주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미국장로교에서 CREDO 강의 및 진행을 맡아 주관하는 팀이 모두 6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팀이 이번 컨퍼런스를 이끌었는데, 팀 리더 1명이 있고, 위에 언급한 다섯 가지 분야마다 전문가 1명씩 5명, 그리고 행정 담당자 1명까지, 한 팀이 모두 7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아주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었으며,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오랫동안 활동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번 강사진 중 특히 영성 분야를 맡은 리더에게 처음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거의 80세가 다 되신 은퇴 목사님이셨는데, 키가 저보다도 훨씬 크셨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기간 중에 예배를 아침저녁으로 매일 두 번씩 드릴 때마다, 영성 리더인 그분은 연세가 많으신데도 키보드와 기타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찬양을 인도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전하시는 말씀도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분의 성함을 보니까 블레어 마펫(Blair Moffett)이었고, 마펫이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교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사무엘 마펫(Samuel Austin Moffett, 한국명 마포삼열 또는 마삼열) 선교사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분은 1890년 조선에 선교사로 나가 평양에서 주로 활동하셨는데, 노방전도 중 이기풍이라는 건달(후에 회개하고 믿어 목사가 된)이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렸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마펫 선교사님은 지금의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전신인 평양장로교신학교를 세우고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해냈는데, 1회 졸업생인 한석진, 이기풍, 길선주, 송인서, 방기창, 서경조, 양전백 등 7명이 한국 장로교 최초의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숭실전문학교, 숭실중학교, 숭의여학교 등을 세워 젊은 인재교육에 힘썼고,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독립정신을 불어넣으며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 양성에 힘쓰는 등, 한국 사회를 위해 아주 귀한 일을 많이 하신 분입니다.
그분의 아들 중 한 명이 제가 신학석사를 공부했던 프린스턴신학대학원의 사무엘 마펫(Samuel Hugh Moffett, 한국명 마삼락) 교수님이십니다. 제가 공부하러 갔을 때는 이미 은퇴한지 오래되셨는데, 그 전에 한국의 장로회신학대학교와 프린스턴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교수로 가르치며 선교학계에 큰 공헌을 하신 분입니다.
이번 CREDO에서 마펫이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그 유명한 마펫 집안이 아니라 성이 같은 분이겠지’ 하고 별 기대감 없이 “혹시 사무엘 마펫 목사님과 친척이세요?”라고 여쭈었더니, 놀랍게도 즉시 “그렇다”라고 하셨습니다. 조선에 선교사로 가셨던 사무엘 A. 마펫(마포삼열) 목사님이 할아버지고, 그분의 아들로 프린스턴신학교에서 가르쳤던 사무엘 H. 마펫(마삼락) 교수님이 작은아버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와! 한국교회의 은인이신 분들의 손자이고 조카인 분을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하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식사나 휴식 시간 때 종종 할아버지 마펫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큰 감동과 은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