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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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전화 통화 시의 예절로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특히 어른과 통화하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그분이 먼저 끊고 나서 전화를 끊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나이와 상관없이,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상대방이 바로 전화를 끊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전화를 끊을 때 뿐 아니라 받을 때도 중요합니다. 처음에 전화를 받을 때 아주 반갑게 "여보세요!"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면 저쪽에서 무뚝뚝한 톤과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이 괜히 위축되고 '괜히 걸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화 통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단히 하는 것입니다. 한국이나 타주에 계신 부모님 또는 형제자매들과 통화를 할 때는 약간 길어져도 괜찮겠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특히 같은 교회 성도들과 통화를 할 때 너무 길게 통화해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자주 보는데도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통화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실제로 전화 통화 시간과 영적 상태는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다시 말해, 영적으로 쳐져 있을수록 통화 시간이 길어지고, 또 통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적으로 더 떨어집니다. 통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대부분 제3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며, 또 그 내용의 대부분은 비판이나 험담이기 때문입니다.
둘이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도 똑같습니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내용보다는 비판이나 험담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는 주로 자신의 이야기와 상대방의 이야기로만 한정지어야 합니다. 목장 모임 때도 거기 없는 사람이나 교회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남에 대해서든 교회에 대해서든, 하다 보면 비판이나 험담으로 흐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것은 영적인 곰팡이가 되어 자신의 신앙을 서서히 썩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화 통화는 상대방과 내가 둘이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도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와 상대방 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남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면 좋은 말만 해야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분노 또는 서운함과 같은 감정의 표현이 되어서는 안 되고, 좋은 정보를 나누는 정도로 끝나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에게 무엇이 어떻게 잘되었다는 정도의 정보만 나누고서 끝내고, 자신의 삶에 대해 나눌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정보의 나눔을 넘어서서 그것 때문에 어떻게 느낀다는 감정까지 나누어야 유익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거꾸로 해서 문제입니다. 즉, 자기에 대해서는 정보를 나누고 남에 대해서는 감정을 나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칭찬하고 격려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수다를 떨 때 제3자에 대한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것이 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그것도 중독이 되어 버립니다.
전화 통화를 할 때나 다른 지체와 만나 교제할 때, 제3자에 대해서는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정보를 넘어 자꾸만 감정을 나누는 연습을 해볼 때, 그것은 아주 훌륭한 영성 훈련의 방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