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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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LA 근교의 미라클랜드침례교회에서 열린 목회자 컨퍼런스에 잘 다녀왔습니다. 미라클랜드교회는 이미 7년 전에 목회자컨퍼런스를 주최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두 번째로 컨퍼런스를 섬겨주셨습니다.
컨퍼런스 참석 인원은 120명에서 150명 정도입니다. 이번에는 150명 정원이었는데, 빨리 마감이 되는 바람에 등록을 못한 분들이 많아서 죄송했다고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국, 캐나다, 한국, 호주 등지에서 온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비롯하여, 중국, 멕시코, 남아프리카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도 참석하셨습니다. 그렇게 멀리서 오신 분들의 열정과 헌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목회자 컨퍼런스를 섬길 때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우선 이렇게 많은 분들을 일일이 공항에 나가 모시고 와야 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공항으로 모셔다 드려야 합니다. 도착 시간도 들쭉날쭉해서, 새벽이 되기도 하고 한밤중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3박 4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숙소에서 교회로, 또 교회에서 숙소로 라이드를 드려야 하기에, 많게는 수십 대의 차량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3박4일 동안 매끼 식사 준비와 테이블 장식, 쉬는 시간을 위한 간식과 음료 준비, 바인더와 이름표 준비, 강의실 및 소그룹 모임방 준비, 또한 찬양, 음향, 사진, 영상 준비 등 섬김의 영역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라클랜드교회 성도님들은 섬기느라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고, 진짜로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목회자 컨퍼런스는 미주에서 매년 봄가을로 있는데, 이번 미라클랜드교회는 우리보다 큰 규모의 교회이지만, 작년 9월에 컨퍼런스를 주최한 오클라호마비전교회는 주일 출석 인원이 5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교회입니다. 그런데도 그 적은 수의 비전교회 성도님들이 120명이나 되는 손님들을 정성으로 섬겨주셨습니다.
당시 공항에 라이드를 담당했던 분들 중 아이를 업고 나온 자매님도 있었고, 식사 시간에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음식을 함께 서빙하며 사진 촬영도 담당했습니다. 심지어 아직 교회에 안 나오는 VIP들까지 나와서 함께 돕는데, 그 모습에 정말 놀랐습니다. 섬기는 분들이 모두 일당백으로 뛰는데,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작년 가을 우리 교회에 집회로 오셨던 국제가정교회사역원 북미총무 성승현 집사님이 우리 교회를 보시고는, 우리도 충분히 컨퍼런스를 섬길 수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오하이오를 비롯하여 중서부에서 리더 교회가 될 것을 도전해주셨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곧 다른 교회들을 섬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도전을 놓고 연 초부터 기도해오던 중, 우리 교회도 드디어 내년 4월 목회자 컨퍼런스를 주최하여 섬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장 많이 섬기게 될 목자 부부들이 다들 해보자고 마음이 모아졌고, 당회가 의견을 종합하여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면서 보니까,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우리보다 작은 교회에서 오시고, 전체의 1/3 정도는 30명 이하 교회를 섬기는 분들입니다. 그런데도 신약교회 회복을 꿈꾸며 물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참석하십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섬길 때, 그 동안 받아온 사랑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 됩니다.
물론 주최하는 교회 역시 많은 물질과 시간의 희생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보다 작은 교회들도 컨퍼런스를 주최하며 헌신하는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고, 더 이상 섬기지 못하겠다고 뒤로 빼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섬기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놀라운 축복을 경험하는 귀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