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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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금식기도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시작 전에는 감이 잘 안 잡혔었는데, 막상 해보니 예상과는 달리 ‘금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잘 먹고(?)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그 종류도 다양해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 야채, 콩, 넛(nut), 두부, 미역 등, 너무 많습니다.
이것을 통해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비록 다니엘 금식이 채식 중심의 부분금식이라고 해도, 너무 배가 부를 정도로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야채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자꾸 연구하다 보면, 거기에 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도와 말씀 시간을 확보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고 말씀 읽을 시간을 더 확보하여 거기에 집중할 목적으로 다니엘 금식기도를 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최소한으로 먹어야겠습니다. 다니엘 금식기도에 참여하는 분들은, 너무 배부르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양을 드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느끼는 것은, 미디어를 절제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일이나 학업에 필요한 이메일, 문자, 인터넷 검색 등은 허용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를 확인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 자신도 모르게 뉴스를 많이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신문으로 뉴스 제목만 잠깐 체크하는 정도로 바꾸었습니다.
무엇은 봐도 되고 무엇은 보면 안 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비록 뉴스라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므로, 그런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기도와 말씀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바꾸어 보았더니, 그 동안 약간 밀려 있던 <말씀의 삶> 성경통독 진도도 다 맞출 수 있었습니다.
다니엘 금식기도를 위한 <기도 수첩>을 매일 하루치씩 읽으며 함께 묵상하는데, 그 내용이 아주 좋습니다. 그 중 제1일차에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아 헐떡이는 것처럼 찾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식사 전에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등으로 먼저 배가 부른 아이가 밥을 먹기 싫어하는 것처럼, 세상으로 먼저 배가 부르면 하나님을 찾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배고픔을 가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세상의 정크 푸드를 거부하면 됩니다. 그 동안 즐기던 기름진 음식,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을 절제했을 뿐인데도, 하나님이 배고파지기 시작하면서 말씀이 꿀처럼 달고 기도는 여름 냉수처럼 시원해집니다. 또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리게 됩니다.
<기도 수첩>에는 음식에 관하여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옵니다. 유대인들이 나라도 없이 2천 년 동안 민족을 유지한 것은, 그들이 코셔(Kosher)라는 특별한 음식 문화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십대 소년 다니엘도 그 땅의 우상들로부터 자신을 더럽히지 않고자 뜻을 정하여 음식을 구별해서 먹었습니다(단 1:8). 창세기 3장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그로 인해 온 인류가 타락하게 하는 데 사용된 것도 먹는 것(선악과)이었습니다. 이처럼 음식이 참 중요합니다.
특히,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유명한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이 방탕한 생활로 모든 것을 잃고 배가 고프게 되니까 그때 아버지를 찾으며 회개하는데,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배가 고파야 회개가 됩니다. 성경에 보면 항상 금식을 하면서 회개하는데, 금식할 때 숨어 있던 자신의 죄가 드러나며 아프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남은 기간 동안 다니엘 금식을 통해 깊은 회개로 나아가며, 하나님의 따뜻한 용서와 사랑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