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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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골프를 칠 줄 모릅니다. 사실 제가 사시사철 골프를 칠 수 있는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Miami, Florida)에 살았을 때도 골프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골프를 치는 성도님들이 많아지고 목사님들 중에도 꽤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는 개인적 판단 때문에 아직 배우지 않은 것 뿐입니다.
저 같이 골프를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골프를 열심히 치는 분들은 일부러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단, 골프는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필드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먼저 제대로 배우고 열심히 연습을 해야만 진짜 시합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잘못 치면 허리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골프 치는 분들을 보면, 약속시간이 아무리 일러도, 골프장이 아무리 멀어도, 제 시간에 아니 그 전에 다 도착합니다. 또 미국은 한국과 달리 캐디를 쓰지 않고 골프 카트를 직접 몰거나 걸어 다니는데, 아주 더운 날에도 골프채가 한가득 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 그런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토록 열심히 골프를 칩니까? 그 이유는 단 하나, 골프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전혀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골프를 치는 사람만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골프의 묘미를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열심히 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정교회의 목장 모임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나 바깥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고생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매주 목장으로 모이고, 그것도 부족해서 주중에도 만나고, 무슨 일만 있으면 또 만납니다. 특히 목장을 인도하는 목자 목녀들은 목장 모임을 자기 집에서 모일 때가 많고, 자기 돈과 시간을 써가며 섬길 때가 많고, 기도와 전도도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여러 할 일들로 힘들어 보입니다.
우리 교회가 가정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5년 이상 목자 목녀를 해오는 분들이 3분의 2이고, 나머지 분들도 대부분 3년 정도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참 피곤하고 지칠 만도 한데, 그래도 계속해서 이 사역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목장 사역을 계속해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재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상의 재미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첫째, 영혼 구원의 재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거부하던 한 영혼이, 마침내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큰 '재미'는 없습니다. 세상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재미입니다.
둘째, 영적 성장의 재미가 있습니다. VIP가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거듭난 다음에는 지속적인 영적 성장이 일어나게 됩니다. 먼저 얼굴 표정부터 달라지고 말투가 변합니다. 사고방식과 생활습관도 달라지며, 특히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주로 남의 도움을 받기만 하던 사람이, 점점 남을 섬기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갑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 때문에 목장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셋째, 기도 응답의 재미입니다. 목장에서 모여 구체적인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응답받은 내용을 확인하며 큰 기쁨과 감사를 경험합니다. '우리가 함께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공동체의 고백이 나올 때마다 목장 사역의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뭐 하러 힘들게 가정교회를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어서 합니다. 가정교회는 이런 재미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