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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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예배가 끝난 후 예배에 참석하신 권사님이 수요예배 시작 전 잠깐 부엌에 들르셨는데 갑자기 한 여자가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고 하셨습니다. 캄캄한 데서 갑자기 나타나 와이파이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모른다고 하며 당신은 누구냐고 물으셨고, 조금 후 보니 그 여자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 직후 다 같이 친교실 건물로 가서 살펴봤는데, 한 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고, 그 여성이 그리로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방들을 다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다들 집으로 가셨고, 저만 혼자 남아서 교회 시큐리티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없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오후 615분쯤 교육관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찍혀 있었습니다. 권사님이 말씀하신 그 여자로 보이는데, 영상이 흐려서 그냥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불확실했습니다.

 

조금 후 다시 나온 것이 찍혔는데, 본관 쪽으로 와서 정문과 유스채플 문을 열어보려 하다 모두 잠겨 있으니 도로 교육관에 들어가 버렸고, 그 후로는 찍힌 영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끄고 어떤지 다시 가서 살펴보려 했는데, 한 사람이 이리저리 다니다가 다시 교육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실시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예배 직후 다 같이 친교실과 교육관을 살펴보면서 문을 잠갔다고 하셔서 어떻게 잠긴 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잠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캄캄한 밤인데다 저 혼자 있어서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911에 전화하여 무단침입자가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교환은 저에게 나가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전화를 끊지 말고 기다리라 했는데, 몇 분 후 경찰관 두 명이 와서 교회 건물 주위를 살피더니 교육관 안으로 들어가서 그 무단침입자를 수갑에 채워 나왔습니다. 교환이 저에게 이제는 나가서 경관들을 만나라고 했고, 나가서 경관들이 잡은 사람을 보니 40대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었는데,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홈리스 사람이었습니다.

 

경찰이 저에게 무단침입죄로 고발하겠느냐 물었고, 저는 아니라고 하며 그냥 풀어주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풀어주었습니다. 건물 안에 자기 짐을 놓아두었다고 해서 다 같이 들어갔더니, 아예 방 하나에 자기 짐을 풀고서 잠을 자려고 준비해 놓았습니다. 예배 때 사람들이 오니까 피했다가 그사이 몰래 돌아왔던 것입니다.

 

왜 여기 왔느냐고 물었더니 교회라서 왔다고 대답하는데, 우리 교회가 이런 일에 대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홈리스들이 오면 무조건 머물게 해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미안하면서도 상당히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교회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쉘터가 없고 잠을 자는 데가 아니며, 원하면 쉘터가 있는 곳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그냥 큰길 쪽으로 나가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범죄는 언제 어디서도 발생할 수 있기에 우리가 문단속을 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긍휼과 사랑을 베푸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면에 있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를 만들기 위해 애쓰며 나아가는 우리 교회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홈리스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사역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 사역을 맡아 섬길 분들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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