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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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지난 11월 20일 시작되어 지난 금요일까지 32개 팀이 8개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벌였고, 어제부터는 각 조 상위 2개 팀씩 진출한 16강전 토너먼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월드컵은 여름에 열리는데 이번에는 개최국 카타르가 무더운 중동이라서 최초로 겨울에 열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월드컵은 유독 이변이 많이 일어나면서 약팀으로 평가되던 팀들이 세계적인 강호들을 이기는 경우가 많이 나왔습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세계 3위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에서 51위에 불과한 아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했고, 전통의 강호이며 네 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는 독일(11위)도 일본(24위)에게 첫 경기에서 패하더니 결국 두 대회 연속으로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일본이 놀라운데, 또 다른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7위)마저 물리치고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같은 조에서 최약체였던 코스타리카(31위)에게는 월등히 우세하게 경기를 펼치고도 졌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모로코(22위)도 강팀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세계 2위 벨기에를 이기는 등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비록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아프리카의 튀니지(30위)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인 프랑스(4위)를 이겼고, 카메룬(43위) 역시 세계 1위이자 만년 우승 후보인 브라질에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28위)이 또 다른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9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라가며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팀 중 벨기에(2위)는 무기력한 경기력만 보여주다가 탈락했고, 다크호스로 꼽히던 덴마크(10위)도 아시아의 호주(38위)에게 패하는 등 최하위로 탈락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여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14위) 역시 상대적 약체인 한국에게 밀려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에 보니까, 강팀이 약팀에게 진 경기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강팀이 방심하거나 상대를 얕보다가 패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실력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팀이 강팀을 이길 때 보면, 결코 요행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독의 뛰어난 전술과 전략, 그리고 선수들의 엄청난 훈련과 팀워크가 합쳐져서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강팀이 무기력하게 지고 탈락할 때도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방심하거나 상대를 얕잡아보다가 패하는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과 비슷한가!’ 하고 놀라게 됩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봉사를 많이 해도, 하루 이틀 기도와 말씀에 소홀하면 영적으로 해이해집니다. 아무리 교회를 오래 다녔어도, 예배에 몇 번만 빠지면 영적으로 둔감해집니다. 아무리 성경 지식이 많고 기도를 많이 해도, 다른 지체들을 사랑하고 섬기지 않으면 무기력해지고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신앙생활을 해나갈수록 날마다 더욱 겸손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만 합니다. 많은 것을 이루었고 오래 해왔더라도 ‘이 정도면 됐겠지.’ 하는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방심하는 순간 틈이 생기고, 마귀가 그 틈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