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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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미국장로교(Presbyterian Church USA - 줄여서 PCUSA)라는 교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300년의 역사를 지닌 장로교단으로, 19세기말 조선에 복음을 전해주었던 고마운 교단입니다. 미국의 헌법이 미국장로교 헌법을 기초로 만들어졌고, 건국 정신을 담은 '권리장전'(Bill of Rights)도 하나님의 창조를 근거로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 교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역사를 가진 우리 교단이 언제부터인가 하나님 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주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겸손히 순종하며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경험이나 감정을 기준으로 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변질된 신앙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 2년 전 총회에서 통과된 후 작년에 노회들의 과반수를 얻어 통과된 헌법 개정안입니다. 이전에는 목사나 장로나 안수집사가 되려면, 신실한 결혼관계에 있는 사람이거나 독신으로서 순결한 삶을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그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아주 모호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신실하게 따르는 사람'으로 바꾸어버렸습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만 성경을 보는 오류에 빠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를 교회의 지도자로 안수하여 세우겠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성경을 자기 원하는대로 해석하겠다는 그 잘못된 마음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자기 생각이 성경보다 높은 것입니다.
지난 1주일 동안 피츠버그에서 열렸다가 어제 끝이 난 제220차 총회에서, 진보적인 측은 아예 결혼의 정의를 바꾸자는 안건을 제출했습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상태에서, 뉴욕을 비롯한 그런 주에 있는 노회들이 결혼의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의 결합'으로 바꾸자는 안건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총회가 열리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해주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진보적인 측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 안건이 30표 차로 부결되었고, 2년 동안 연구하여 다시 거론하기로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총회 장면을 보니까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성경말씀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 그들이 하나 되게 하셨다는 사실, 예수님도 똑같이 말씀하셨다는 것, 그리고 바울 서신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쪽에서 주로 말하는 내용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감정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동성애자인데 5년을 함께 사는 파트너와 이제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 '내 친구가 동성애자인데 그렇게 훌륭한 신앙인이 따로 없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인 그들을 내가 목사로서 주례해주며 축복하고 싶다' 등, 주로 감정과 경험에 근거한 주장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성애 문제는 하나의 작은 현상에 불과합니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장로교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볼 때 미국장로교의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concerned).
당회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교회에게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알아보고 있는 중이므로, 우리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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