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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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직접적’ 원인들은 큰 파괴력과 영향력을 미치는데, 상처의 직접적 원인들 중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부모입니다. 안타깝게도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큰 상처를 직접적으로 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깊은 상처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있어서 전부이자 모든 것이기 때문에, 오직 부모만이 자녀의 내면을 보듬어줄 수 있고 세워줄 수 있으며, 또한 동시에 그 어느 누구보다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부모가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면, 자녀는 그런 부모로부터 직접적인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상처가 나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상대가 자녀일 경우, 부모의 상처는 걸러지지 않은 채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맙니다. 상처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시기인 태아 때를 비롯해서, 영유아기와 유년기에 상처 많은 부모로부터 직접 받은 상처는 자녀에게 그대로 깊은 상처가 되어 평생 마음에 남습니다.
자녀는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아야 할 존재인데, 사랑 대신 상처를 받게 되면 그 충격은 두 배가 됩니다.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한 상처, 그리고 그 상처를 통해 받는 또 다른 상처가 겹쳐서, 나쁜 의미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권위의 인물’로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갖고 있는 상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인 분들은 자녀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지금까지 상처를 안 주었을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안의 상처 때문에 내 자녀에게 그대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말과 행동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고, 화가 날 때 인내하며, 사랑으로 기도해주어야겠습니다.
상처의 두 번째 직접적 원인은 형제자매나 친구입니다. 어린 시절에 형제, 자매, 친척, 친구 등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이미 자기 안에 있던 상처가 그들 때문에 증폭되어 표면에 드러난 것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모와 같은 ‘권위의 인물’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는 이미 자기 안에 있던 상처가 더 커진 것입니다.
세 번째 직접적 원인은 배우자나 자녀입니다. 이들은 상처를 깨닫게 하고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전까지 자기에게 어떤 상처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며, 자기가 상처 많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결혼 후에 밀착된 부부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도, 새로운 ‘권위의 인물’이 된 자신의 배우자가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고 진실한 사랑을 베풀게 되면,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동료나 이웃입니다. 교회 성도들이나 직장 동료나 이웃들은 우리 안에 있는 상처를 자극하는 존재입니다. 내 상처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지만, 그들의 상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이 내 상처를 자극해서 아프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사랑입니다. 형제자매나 친구를 대할 때, 배우자를 대할 때, 또 교회의 지체나 이웃을 대할 때, 상대방의 상처를 자극할 만한 말과 행동을 삼가고, 사랑으로 위로하며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의 마음에서 나오는 진실 된 말과 행동으로 섬길 때, 서로를 치유하는 주님의 도구로 쓰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