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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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으로 지난 24()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해 벌써 많은 말들이 나왔는데,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식하고 무능한 코미디언 출신이라서 제대로 대비를 못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으로 정부 요직에 배우, 극작가, 연출가 등을 대거 앉혀서 비판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문가가 쓴 글을 읽고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지금도 피신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젤렌스키는 단순히 코미디언 대통령이 아니라 법대 출신의 변호사이고, 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자신이 만든 정치 코미디 작품에 주연인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여 큰 인기를 얻었으며, 그 인기를 바탕으로 실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입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배경이 아주 복잡합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수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납치했는데, 반러 인권운동가도 납치했지만 그냥 일반 시민들을 많이 납치했습니다. 2018년에는 두 나라가 공유하는 바다에서 러시아군이 갑자기 우크라이나 군함에 총격을 가하고 해군 24명을 납치하여 영토 침공 명목으로 재판에 붙여 20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그 후 2019년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는 2015년 독일 대통령 슈타인마이어가 제안했던 슈타인마이어 공식에 합의했습니다. 그것은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자 무장을 해제하고 전투를 중단하며, 돈바스 지역을 특별자치지역으로 인정하여 도네츠크와 루한스크가 어느 나라에 속할지 아니면 독립할지 주민투표로 결정하게 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젤렌스키가 그것에 합의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돈바스를 러시아에 내주자는 거냐고 격분하며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였지만, 젤렌스키가 슈타인마이어 공식에 합의함으로 그 조건 중 하나인 포로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 납치되어 감옥에서 죽어가던 인권운동가, 군함에 타고 있던 해군 24, 그리고 러시아가 납치해갔던 수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자국에서 체포된 러시아 포로들을 러시아에 돌려보내야 했는데, 그들 중에는 언론인 암살을 전문으로 하던 폭력조직을 비롯하여 다수의 스파이들과 암살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합의에 따라 201910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지역에서 무장해제 수순을 밟았지만, 러시아군은 공격을 계속해서 평균 일주일에 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씩 죽거나 다쳤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인과 함께 반부패 개혁의 실패와 구소련 지역 재벌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실패함으로써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그가 포로교환을 성사시킴으로써 러시아에 납치당했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감격의 상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치라는 것은 항상 명암이 있습니다.

 

단순히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무능하고 부정부패가 심해서 군사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침공 당했다는 주장은 구소련과 러시아의 착취 역사에 대한 무지이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이며, 약한 자는 침공해도 좋다는 전쟁범죄자의 논리가 되므로 주의해야겠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이 상황에서 전투가 속히 그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도록, 또 무고한 생명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기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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