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추운 겨울에도 감기에 안 걸리고 잘 넘겨왔었는데, 저번 주에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 마침 김용진 선교사님이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신 덕분에 감기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하던 지난 주일을 잘 넘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다 나아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6월이 되면서 날씨가 조금 더워지는 것 같다가, 지난 몇 주간 계속해서 아침저녁으로는 꽤 선선하고, 낮에도 아직까지는 여름다운 더위가 안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급히 할 일이 있어서 밤늦게까지 일하다 잠을 몇 시간 못 잔 적이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구멍 안이 컬컬하고 코가 막히는 게 느껴졌습니다. 겨울에도 안 걸렸던 감기가 여름이 되어 걸린 것입니다.
날씨가 선선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날씨 때문이 아니라 피로와 수면 부족으로 인하여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밖으로부터 오는 외부적 원인 때문이 아니라, 제 안에서부터의 내부적 원인으로 감기에 걸렸습니다. 규칙적인 삶의 리듬이 깨어짐으로 몸이 피곤해지고 약해지니까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입니다.
사실 감기 바이러스는 언제 어디나 있고 겨울에는 더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균형 잡힌 식사습관과 운동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면, 아무리 많은 바이러스들이 와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을 힘이 약해져서 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며칠 전 콜록콜록 기침을 하다가 문득 영적으로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귀의 세력은 언제나 내 주변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호시탐탐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는데, 내가 규칙적인 영적 리듬 안에서 충실하게 주님과 동행하고 있으면 마귀가 공격해 와도 능히 격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적으로 헤이해지고 다른 데 한눈을 팔다가 영적 면역력이 약해지면, 악한 바이러스가 내 안에 침투해 들어옵니다.
성경은 우리의 삶이 영적전쟁임을 알려줍니다. 악한 영들은 언제나 우리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수시로 공격을 가해 옵니다. 그래도 우리가 영적으로 바르게 서 있으면, 아무리 공격을 해와도 끄떡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 영적 면역력이 약해지게 되면, 조금만 툭 건드려도 맥없이 쓰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마귀의 공격은 대부분 관계를 통해 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가까이는 부부관계에서부터 자녀나 부모님과의 관계, 더 나아가 친구와의 관계, 특히 다른 신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공격이 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 미워하는 사람이나 불편한 관계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영적 공격에 넘어간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못되게 굴었더라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마귀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늘 주님과 동행하며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을 때에도 다른 사람과 불편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령 충만할 때는, 그런 공격이 와도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과 상관없이 내 쪽에서는 최대한 사랑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약해져 있으면 그렇게 못하고, 소극적으로는 그 사람을 멀리 하게 되며 적극적으로는 미워하고 험담하게 됩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주님 안에서 제대로 서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매주 신실하게 예배하고, 목장에서 사랑의 섬김을 연습하며, 꾸준히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우리 자신의 영적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