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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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새벽기도를 위해 아침 일찍 교회에 나오지만, 월요일은 저의 쉬는 날로서 잠도 푹 자고 쉬기도 하며 또 이것저것 필요한 일을 하는 날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는 자고 있는데 갑자기 아침에 전화가 와서 깼습니다. 사실 그 바로 전 금요일 밤(실제로는 토요일 오전 1시 30분경)에도 갑작스런 전화로 인하여 부랴부랴 그 밤에 교회로 달려와야 했습니다. 두 번 모두 교회 건물 화재경보의 오작동(false alarm) 때문에 알람회사에서 연락이 왔던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화재경보 제어판에 문제가 생겨서 경보음이 수시로 울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당회에서는 알람회사를 교체했고, 그 후 새 회사의 기술자들이 새로 정비해줌으로써 제어판 때문에 경고음이 울리는 문제는 이제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에어컨 장치 내의 연기감지기(duct detector) 하나가 언젠가부터 고장을 일으켜 화재경보가 잘못 울리는 일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전 알람회사가 경고음만 울리도록 해놓았던 것과는 달리, 새 회사는 감지기가 고장 난 것을 몰랐기에 그대로 화재경보가 울리게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일단 화재경보가 울리면 반드시 소방차가 출동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난주 알람이 두 번 잘못 울렸을 때 실제로 소방차들이 교회로 출동했습니다.
그 일 후에 새 알람회사에서는 연기감지기를 고칠 때까지 일단 경고음만 울리도록 다시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전화가 왔을 때는 그렇게 바꾸기 전이었기 때문에 화재경보가 울렸던 것이고, 알람회사에서는 유사시 비상연락망 명단의 1번으로 적혀 있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알람이 울린다고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밤 1시 반이 넘어 전화가 걸려오고 또 바로 그 얼마 후에도 아침에 자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오니까 약간 힘들고 귀찮았습니다. 사실 이전 회사가 관리해줄 때에도 알람 경고음이 수시로 울릴 때마다 저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낮에뿐 아니라 새벽이나 밤에 전화가 걸려올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전에는 경고음만 울린 것이라, 알았다고 하고 나서 그냥 두어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화재경보가 울려서 소방차까지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두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알람회사의 전화를 받고 교회에 나가기 위해 일어나는데, 그때 이상하게 제 머릿속에 어떤 노랫가락 하나가 스쳤습니다. 그것은 “준비됐나요”라는 말에 동요 같은 음정이 실린 것이었습니다. 약간 당황스러워서 ‘이게 뭐지?’ 하고 잠시 생각해보니까, 십여 년 전 제 아들이 어렸을 때 같이 보았던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 나오는 노래였던 게 기억났습니다. 사회자가 어린이들에게 “여러분!” 하고 부른 다음에 “준-비됐-나요?”라고 노래로 물어보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그 노랫말이 떠올랐을 때 ‘아니 이 순간에 뜬금없이 무슨 뿡뿡이?’ 하며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 말이 제 마음속에 마치 이런 질문처럼 들렸습니다. “예수님이 지금 오신다면, 준-비됐-나요?”
화재경보는 제가 편한 시간이나 예상하고 있을 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울립니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다시 오시는 날이 갑자기 임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합니다. 그러면서 ‘깨어 있으라’고 경고합니다.
이번에 알람 오작동으로 인하여 갑자기 걸려온 알람회사의 전화 덕분에(?) 평소에 정신 차리고 깨어 있어서 예수님이 언제 다시 오시든지 잘 준비하고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갑자기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 와서 나가 봐야만 하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