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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합니다 (02/04/2024)

admin_p 2024.02.04 02:38 조회 수 : 542 추천:1

제가 졸업한 신학교에서 얼마 전 이메일이 왔습니다. 올해가 졸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니, 이번 동문 컨퍼런스에 참석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메일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해가 신학교를 졸업한 지 정말로 30년이 되는 해인 것을 알았습니다.

 

매년 2월 신학교에서 동문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지만 특히 졸업한 지 1, 5, 10, 20, 30, 40, 50, 60년 된 졸업생들에게 참석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졸업한 지 20년이 되던 10년 전에도 바로 이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이 컨퍼런스는 내용 자체보다 오랜만에 동문, 특히 동기들을 만나서 교제하는 의미가 큽니다. 그때도 여러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는데, 이번엔 다들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나온 콜럼비아 신학대학원(Columbia Theological Seminary)은 미국장로교(PCUSA) 산하 10개 신학교 중 하나로, 1828년에 세워졌으니 벌써 196년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캠퍼스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수도인 콜럼비아(Columbia, SC)에 세워졌기에 학교 이름을 콜럼비아라고 지은 것인데, 1920년에 지금의 위치인 애틀랜타 근교로 캠퍼스를 옮긴 후에도 계속 같은 이름으로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한국에서 가족 이민을 왔을 때 처음 정착한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럼비아 근교의 썸터(Sumter)라는  소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 다닌 교회가 미국장로교였기에 자연스럽게 대학 졸업 후 미국장로교 소속 신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중에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그래도 자동차로 4시간이 넘는 거리였던) 콜럼비아 신학교를 선택해서 간 것입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가장 가까운 데로 가겠다고 그 학교로 간 것인데, 나중에 보니 미국장로교 신학교들 중에도 목회적인 측면을 가장 강조하면서 철저히 목회자를 길러 내는 데 집중하는 학교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학자였던 교수님도 계셨지만, 언제나 목회자로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을 가르쳐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미국장로교 신학교들은 대체로 진보주의 색채의 신학적 경향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당시 복음적인 교수님들이 계셨고, 무엇보다 그분들의 훌륭한 인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중반 철부지 신학생 시절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은혜입니다.

 

그중에도 60대 후반의 목회학 교수님이 계셨는데, 다른 나라를 방문해서 배우는 필수과목으로 중미 3개국(코스타리카, 니카라과, 과테말라)을 가게 되었을 때 담당 교수 및 팀 리더로 같이 가셔서 2주 정도 함께 지내며 아주 친해졌습니다. 그분의 오랜 목회 경험과 깊은 인격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받았는데, 저를 비롯하여 모든 학생을 마치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당시 설교학 교수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이셨는데, 은퇴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배운 기수가 바로 저와 제 동기들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설교하는 스타일도 그분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기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신학교이기에, 짧은 방문이지만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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