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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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저는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몇 년 전에 받았어야 했지만, 주치의가 조금 있다가 해도 괜찮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코로나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계속 몇 년이 미루어져 오다가 이번에 마침내 받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50세가 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했는데, 요즘에는 그 나이가 45세로 내려갔다고 담당 간호사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만큼 요즘은 대장암 같은 질병이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이전에 비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받으신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제 아내는 저보다 먼저 작년 말 검사를 받았기에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직접 받아보니까 내시경 검사 준비 과정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준비해야 하는 일 중 무엇보다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불편했습니다.
검사받기 하루 전에는 아무 음식도 먹어서는 안 되고 액체만 섭취할 수 있는데, 이전에 고난주간 같은 때 1~3일 정도 물만 마시며 금식한 경험들이 있기에 오히려 그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작 힘들었던 것은, 검사받기 5~7일 전부터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물 리스트 때문에 꽤 헷갈렸다는 점입니다.
다니엘 금식기도를 할 때도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그것도 약간 헷갈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니엘 금식은 율법주의적으로 하는 게 아니기에, 혹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모르고 먹었더라도 그것을 깨달은 때부터 다시 시작하여 잘해나가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 금식을 하는 가운데 더욱 말씀과 기도로 주님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보내준 문서와 교육 비디오를 보니까, 대장 내시경 검사 준비 기간에 혹시라도 음식을 잘못 먹게 되면 검사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겁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꽤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니엘 금식 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는 과일, 옥수수, 견과류, 채소 등 주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큰 어려움이 없는데,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좋아하는 과일이나 채소 등 날것을 먹으면 안 되고, 특히 베리(berry) 종류는 씨가 많기에 절대 먹으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견과류, 옥수수, 각종 씨, 콩, 우유 등도 다 안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검사 전에는 저렇게 섬유질(fiber)이 많은 음식물이나 철분을 섭취하면 안 됩니다. 종합 비타민 중에도 철분이 들어간 것은 안 되는데, 혹시라도 별생각 없이 철분이 포함된 비타민을 복용할 수도 있으니 그것도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뭐가 들어 있는지 일일이 다 찾아보기가 힘이 들므로, 비슷한 것은 아예 안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나서 보니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검사 후에는 일일이 음식마다 여기엔 뭐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검사하고 먹을 필요가 없어지니 자유(?)를 느꼈습니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귀한 축복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번 검사를 통해 평소에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되어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