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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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12월 한국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고, 20173월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결정에 따라 한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역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국 사회는 완전히 둘로 갈라져 소위 우파와 좌파가 마치 원수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양극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해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목사로서 정치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는 편입니다. 교우님들 중에도 서로 다른 정치적 의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고 있고 특히 요즘 더 많아지는 것을 보며, 한 번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점에 대해 조금 짚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정치적 의견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도 나라의 국민으로서 정치적으로 보수나 진보의 입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 교인들 중에는 민주당 지지자도 있고 한국당 지지자도 있습니다(다른 정당들도 있지만). 미국에도 교인들 중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지난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사람도 있고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은 사람도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어느 한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증오입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지나쳐서 감정이 격해지며 상대방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자기가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표시임을 알아야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요즘 소위 진영논리가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무리 잘했어도 나와 다른 편이면 무조건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아무리 잘못했어도 나와 같은 편이면 무조건 괜찮다고 감싸주는 것이 진영논리입니다. 요즘 페이스북(Facebook)과 카카오톡 같은 SNS 내용이나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그런 진영논리의 경향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읽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언젠가부터 카카오톡 같은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동영상이나 글을 보면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가 많고, 한국이든 미국이든 위정자들을 향한 노골적인 욕설이나 조롱으로 도배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거짓 증거 하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지, 또 어떻게 그런 욕설과 조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 참 마음이 불편하고 슬퍼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크리스천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으로 보수가 될 수도 있고, 진보가 될 수도 있고, 중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과 논리를 펼치는 데 있어 서로 논쟁과 토론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건강한 자세입니다. 혹시 독재정권이 살인이나 고문 등 악을 저지르거나 반성경적인 정책을 펼 때는 하나님의 공의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인간을 미워하고 증오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일들 속에서 사탄은 우리가 분노하며 증오하도록 자꾸 부추깁니다. ‘네가 옳다. 저 자들을 증오해라.’ 그러나 예수님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 5:44) 말씀하셨고, 실제로 자신을 죽이는 자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분노와 증오가 아니라, 용서와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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