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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27 부활주일 연합예배

부활절 메시지

세마포와 수건

(요한복음 28 1-15)

 

[들어가는 ]

 

스위스에서 이태리로 들어가면 처음 접하는 북부의 도시가 토리노(Torino/Turin)입니다. 작년 안식월 스위스에서 이태리로 기차를 타고 넘어갈 토리노를 지나간 기억이 납니다. 토리노에 아주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의’입니다. 1578 이후 토리노 대성당에 보관되어 오고 있는 성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박혀 돌아가신 시신을 쌌던 세마포 수의라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97 4월에 토리노 대성당에 불이 나서 성당 내부를 거의 태웠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관심은 성당 내에 있는 예수의 성의가 온전할까에 쏠렸습니다. 그때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화염에 휩싸인 성당 안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 들어가, 다른 모든 보물들은 포기하고 오직 예수님의 수의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3중으로 방탄유리를 도끼로 부순 다음 성의가 담긴 박스를 안전하게 밖으로 옮기는 성공했습니다.

 

토리노의 수의가 진짜로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고, 차례 과학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세마포 수의를 지켜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토리노의 수의가 정말 예수님의 것이었든지 아니었든지 상관없이, 예수님의 시체를 감쌌던 세마포 수의는 수건과 더불어 강력한 부활의 증거가 됩니다.

 

 

1.   부활의 증거가 되는 세마포와 수건

 

안식 첫날 이른 새벽 아직 어두울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무덤을 막고 있던 바위가 옮겨지고 무덤이 비어 있음을 발견하고서는(1) 바로 달려가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 요한에게 사실을 알립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말을 들은 베드로와 요한이 예수님의 무덤으로 뛰어가서 보니까, 과연 무덤에 예수님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시신을 쌌던 수의, 세마포와 수건만 놓여 있었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따라와서 무덤에 들어가 보니 세마포가 놓였고, 머리를 쌌던 수건은 세마포와 함께 놓이지 않고 곳에 쌌던 대로 놓여 있더라” (6-7)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여 단어가 있는데, “놓였고”(6) “놓여 있더라”(7)입니다. “놓였고”에 해당되는 헬라어 단어는 아무렇게나 놓인 상태가 아니라 정돈되어서 놓여 있는 것을 말하는 동사입니다. “놓여 있더라”에 해당되는 헬라어 단어는 마치 붕대를 감듯 정성을 다해 개킨 행위를 뜻하는 동사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진 무덤 속에는 시체를 감쌌던 수의(세마포) 수건만 남아 있었고, 그것도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이 의미하고자 하는 점이 무엇입니까? 실마리를 마태복음 27장에서 찾을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예수님의 시신은 이미 장사를 지냈지만 예수님을 십자가에 박아 죽게 만든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시신을 훔쳐간 후에 예수님이 부활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릴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빌라도 총독의 허락을 얻어 예수님의 무덤 돌문을 봉인한 다음, 무장한 경비병을 두어 사흘 동안 단단히 지키게 했습니다.

 

죽은 사람이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던 그들은, 사흘 동안 제자들이 예수의 시신을 도둑질하지 못하게 막기만 하면, 부활할 것을 예언한 예수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 저절로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것은 그들뿐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가장 먼저 확인한 막달라 마리아는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 뭐라고 했습니까?

 

사람들이주님을 무덤에서 가져다가 어디 두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겠다” (2)

 

막달라 마리아 역시 예수님의 시신이 도난당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 “아니다!”라고 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진 무덤 속에 시신을 쌌던 세마포 수의가 내팽개쳐져 있지 않고 정성스럽게 정돈되어 있었다는 것은, 예수님의 시신이 결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누군가가 정말로 예수님의 시신을 도둑질해갔다면, 무장한 경비병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경비를 있는 무덤에서 무거운 시신을 가지고 나가는 것부터가 일단 말이 됩니다. 만에 하나 시신을 훔쳐 나왔다 하더라도, 상황에서 무슨 여유가 있다고 수의를 벗겨 정돈해 놓고 나왔겠습니까? 경비병의 눈에 띄지 않게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시신에 수의가 입혀진 그대로 들고 나가거나, 벗겨야 했다면 땅에 아무렇게나 떨어뜨리고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얼굴과 머리를 감싼 수건도 그렇습니다. 혹시라도 예수님의 시신을 도적질한 사람이 시신을 들고 나갈 이것이 정말 예수님의 시신인지 확인하려고 수건을 벗겨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급한 상황에서 수건 역시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는 것이 당연하지, 어떤 도둑이 수건을 그토록 정성스럽게 개켜놓고 간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무덤 안에 정돈되어 있고 정성스레 개켜져 있던 세마포 수의와 수건은, 예수님의 시신이 결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바로 무덤 속에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만약 무덤 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무질서하게 내팽개쳐져 있었다면, 예수님의 시신이 도난당했다고 생각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질서야말로 부활의 증거였고, 질서로 인하여 그곳은 부활의 현장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 것입니다. 이처럼 부활은 질서를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현장에 남아 있는 부활의 증거가 주님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2.   하나님의 생명의 질서

 

구원받는다는 , 영생을 얻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죄로 인해 잃어버렸던 생명의 질서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주시는 분의 영원한 질서 속에 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질서를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말씀을 묵상해야 합니까? 하나님의 질서를 생활 속에서 이루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죽음이란 생명의 질서를 잃어버린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숨을 쉬며 살아 있어도 삶이 무질서하다면 죽은 사람과 다를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생명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예수님의 비어 있는 무덤처럼 매일 영원한 부활의 현장 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 일주일에 번씩 우리에게 주어지는 주일이야말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의 선물입니다. 보통 ‘일요일’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일요일이 맞습니다. 하지만 믿는 분들과는 그렇게 말해도, 우리 믿는 사람들은 ‘주일’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날이 우리 믿는 자들에게는 단순히 휴일인 일요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일 주님의 날이란, 일주일 동안의 속에서 나도 모르게 흐트러진 생명의 질서를 하나님 앞에서 다시 새롭게 하는 은혜의 날입니다. 날로 인하여 일주일 동안의 우리의 삶이 생명의 질서와 진리의 질서를 새롭게 누리며 나아갈 있게 됩니다.

 

크리스천이 일요일을 주일로 지키는 것은 날이 예수님의 부활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의 정신은 유대인의 안식일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교회 역사뿐 아니라 사도행전만 읽어봐도,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주일로 지키며 함께 모여서 예배드리고 교제하며 서로 섬겼던 것을 있습니다. 주일을 지키는 가운데 참된 안식일 정신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철학자인 아하드 하암(Ahad Haam)이라는 사람이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지켜 왔다기보다는, 안식일이 이스라엘을 지켜왔다.


<안식 Keeping the Sabbath Wholly>이라는 책을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바 (Marva Dawn) 목사도 비슷한 뜻의 말을 다른 각도에서 했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면 우리가 안식일을 깨뜨리는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깨뜨린다.

 

BC 586년에 남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당한 이후 1948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세워지기 전까지 2,534 동안, 유대인들은 나라가 없이 세계를 유랑하는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시 옛날 조상들이 살던 땅에 이스라엘 나라를 세우고 지금은 아주 강력한 국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습니까? 어떻게 2,500 이상 나라가 없던 민족이 나라를 세웠습니까? 어디에 흩어져 있다가 나라가 세워지니까 그렇게 다들 모여든 것입니까? 그들은 어디에 있든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킴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켰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안식일을 통해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세상의 어떤 폭력이나 무질서도, 심지어 히틀러의 광기 어린 살육도 그들을 쓰러뜨릴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진정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십니까? 죽음의 권세를 뚫고 다시 살아나셔서 하나님의 생명의 질서를 보여주신 예수님을 정말 믿으며 따르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도 주일을 그저 일요일이라는 휴일이 되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으시기 바랍니다.


일주일에 번씩 주어지는 주일을 정말로 주님의 부활의 날이 되게 하시기 바랍니다.


날에 주님 안에서 안식하는 가운데 주님의 질서로 자신을 바로 세우며 주님의 생명으로 자신을 다시금 새롭게 하며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생명의 질서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가정과 우리의 교회와 우리의 일터와 우리 사회와 세계 속에, 특히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충만히 넘치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생명의 질서 속에서 살아갈 , 질서 있게 놓여 있고 개켜져 있던 세마포와 수건이 주님의 부활을 증거 하듯, 우리가 어디에 있든 바로 그곳이 우리를 통해 영광스런 부활의 현장이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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