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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소식

닭들의 습격과 풍작의 고민

(2012년 7월 13일)

 

 

사랑하는 성도님들 모두 다 평안하신지요?

 

오늘은 사역 이야기가 아닌 생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바 있지만, 이곳 선교사님께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시면서 여러 가지 씨앗을 가져오셔서 제가 살고 있는 집 옆 마당에 큼직한 텃밭을 일구어 그곳에 각종 씨앗을 심고 물도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었지요.

 

그런 후 2-3주 후에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파릇파릇 새싹들이 많이 올라 왔습니다. 한 달쯤 되니 확실히 무엇인지 알 정도로 배추, 부추, 깻잎, 상추 등이 많이들 자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대도 컸었는데, 옆집 닭들이 떼 지어 와서는 자꾸만 그것을 뜯어 먹지 뭡니까.

이곳엔 닭들을 가두어 놓고 키우는 게 아니라 전부 그냥 놓아 키웁니다. 처음엔 열심히 쫓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늘은 이 집 닭, 내일은 저 집 닭 십 수 마리씩 떼를 지어 와서는, 일 갔다 오면 거의 다 뜯어먹어버리고 앙상한 줄기만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나중엔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성질 같았으면 확 잡아먹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남의 집 닭 잡아먹었다고 교도소 가면 어쩝니까? (그렇지 않아도 교도소가 가까이 있는데....) 닭들이 어쩌면 그렇게 새싹을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나중엔 옆집 사람에게 부탁해 전부 갈아엎었습니다.

 

그런데 선교사님께서 무씨를 교도소의 가든 담당자에게 주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지나가는데 담당 교도관이 저를 부르며 와보라고 해서 갔더니 이것이 무엇이냐고 하며 무척 신기해하더라고요. 이곳 사람들은 무를 모릅니다. 처음 보았다고 하더군요. 무가 잘 자라 몇 뿌리 뽑아 왔더니 이웃 사람들도 보고는 그게 무엇이냐고 신기해했습니다.

 

며칠 후 잘 자란 무를 십 수 개 뽑아 제가 무김치를 담갔습니다. 지금은 잘 익어 매끼마다 김치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무 넣고 된장찌개도 만들어 먹고요, 무채도 만들고 볶아서도 먹고(무채 하니까, 매달 목자 합동 모임 때마다 맛있는 무채를 만들어 오시던 이귀아 집사님 무채가 생각나네요. 이 집사님 무채 솜씨가 일품 이었는데...) 제가 아는 솜씨 다 발휘해서 매일 먹었습니다만, 한두 뿌리도 아니고 수백 개나 되는 무를 어찌 다 먹을 수 있겠습니까?

 

날이 갈수록 무는 자꾸 자라고 이 나라 사람들은 무 요리는커녕 무를 처음 봤다는데 줄 수도 없고, 즐거운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한국 무라 알도 굵고 기다란 게 엄청 좋습니다.

 

나중엔 생각다 못해 매일 배고프다고 하는 재소자들에게 생무를 깎아 먹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매일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뽀뽀야(이 과일은 저도 아프리카 와서 처음 보았음) 등 단 것만 먹던 사람들이 무에선 약간 매운 맛도 나고 하니깐 잘 안 먹으려 하더라고요. (하기야 무 많이 먹고 나면 무 방귀가 나오는데 그 냄새가 또 끝내주는 냄새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먹을 게 없고 배가 고프면 무를 많이 먹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금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를 거예요. 아무튼 밭에서는 무가 자꾸만 자라고, 먹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풍작 끝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요셉 같은 지혜가 있으신 분은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든 하나님께 감사 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모두들 더운 날씨 속에 건강하십시오.

 

 

말라위에서 박명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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