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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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안식월 기간 동안 이스라엘과 유럽을 방문했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식사시간마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상당히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니면서 보니까 가장 쉽게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맥도날드(McDonald's)였습니다. 유럽 도시들마다 다 있고, 심지어 이스라엘 마사다(Masada) 요새의 식당가에도 있었습니다.
흔히들 맥도날드 햄버거 맛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다고 말합니다. 몇 군데서 먹어보니 미국에서 먹던 맛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나라별로 메뉴와 맛을 조금씩 다르게 내놓는 것이 맥도날드의 성공 비결입니다. 기존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연구와 고민을 통해 그 나라 고객들의 입맛에 맞춤으로써, 똑같은 것 같은데 똑같지 않은 맛을 내는 것이 그들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이 창조적 사고의 한 예인데, 21세기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인물이 바로 창조적 인재입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이전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만이 살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창조성은 학교나 세미나나 책 등으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줄 때 가능하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가 바로 '주인의식(ownership)'이라는 것입니다.
주인의식을 다른 말로 하면 책임감입니다. '이 집은, 이 회사는, 이 사회는, 이 나라는 내가 책임진다.'라고 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때, 강력한 동기 부여가 일어나고 생각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창조성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이곳저곳을 다닐 때 거리에 휴지가 떨어져 있어도 별로 주울 생각을 안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 화장실이나 복도에 뭔가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무슨 차이입니까? 주인의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는 떨어진 휴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가 보이지 않는데 해결책이 생각날 리 없습니다. 주인이 되어야 떨어진 휴지가 보이고, 그러면 이 휴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회야말로 주인의식이 필요한 곳입니다. 성도들이 교회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교회생활을 해나갈 때 문제가 해결되고 교회가 발전해나가게 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세면대 주변에 고인 물을 닦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보는 대로 주워서 버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남들이 자리에 두고 간 주보나 예배용 찬송가를 열심히 치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찬식이 끝나고 의자에 놓아둔 잔들이 눈에 들어와서 함께 치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점심식사 후 의자들을 치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지 고민하며 친교점심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섬기시는 귀한 분들 덕분에 교회 일들이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섬기는 것이 교회에게뿐 아니라 섬기는 자신에게 큰 유익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쓰면서 창조적 고민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부터 받는 자극을 통해 뇌가 늙지 않고 오히려 젊어지게 되니까 늘 삶에 새롭고 신선한 기운이 넘치게 됩니다.
이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서, 어떻게 하면 이 사역을 더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주님을 더욱 기쁘시게 할 수 있을지 늘 창조적 고민을 하며 섬기는 사람은, 교회에 유익을 끼칠 뿐 아니라 스스로도 활기가 넘치고 생명력이 가득한 신앙생활을 하게 되며 지속적인 영적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