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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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일 "생명의 삶"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마침 어느 목장의 자매님들이 있어서 보니까 아주 환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까, 가족들은 집에 먼저 가고 자매님들끼리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영화냐고 물었더니 한국영화 <명량>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무려 1800만 관객을 동원한 그 유명한 영화 <명량>이 여기서도 상영되고 있다는 말에 좀 놀랐습니다. 이 영화가 LA의 코리아타운에서는 진작부터 상영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이 콜럼버스에서도 상영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지난주 모세목장 식구 분들과 함께 단체로 영화 관람을 했는데, 미국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보게 되니까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고, 또 마침 그날이 상영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인데, 치열한 전투 장면들을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주었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순신 장군과 그의 부하들의 비장하고도 용맹한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볼 만한 장면들로 가득한 이 영화에서 뜻밖에 제 눈길을 사로잡은 두 개의 짧은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자세히 안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하나는 가장 첫 부분에 배경 설명을 위해 간단히 나오는 장면으로서, 연전연승을 거두던 이순신 장군이 임금의 명령에 불복했다는 죄목으로 한양에 압송되어 고문을 당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역사를 보면, 당시 임금인 선조는 정세에 대한 오판과 이순신에 대한 질투심으로 인하여 그를 잡아다 고문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입으로 당황하며 패전을 거듭하던 조선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던 군대가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수군인데, 그러한 훌륭한 장수를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잡아다가 고문을 했다는 사실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그 결과 이순신을 모함한 원균이 이끌고 나간 조선수군은 칠천량에서 참패하고 궤멸됩니다.
당시의 급박한 전세 속에서 선조는 간신들의 모함과 정세에 대한 오판으로 이순신을 체포하여 고문했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이순신 장군이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 임금인 자기보다 인기가 더 높아지는 것에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조선수군이 승리하려면 이순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자기보다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던, 왕의 이중적인 마음을 보게 됩니다.
제 눈길을 끈 두 번째 장면은, 해적 출신 구루시마라는 왜군 장수가 명량해전에서 조선수군을 향해 앞장서서 공격하다가 패하는 장면입니다. 전세가 어려워지자 부하가 다른 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할 때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들이 우리를 도와주려고 했으면 진작 왔을 것이다."
조선에 먼저 와서 싸우고 있던 왜군 장수들에게 도발적인 언행과 위협을 가한 구루시마를 향해 다른 장수들은 못마땅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패하게 되자, 같은 왜군으로서는 나가서 그를 도와 싸우는 게 맞지만, 자기들이 싫어하는 구루시마가 죽게 되니까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두는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토록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보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성경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은 결코 속일 수 없음을 기억하며, 이중성을 배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