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목회편지(459호)에서 릴리 재단(Lilly Endowment)이 교회들에게 제공하는 목회자 회복 프로그램(Clergy Renewal Programs)에 신청서를 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드디어 지난 월요일에 릴리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2014년 기금 수여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cpx.cts.edu/renewal).

올해는 전국에서 140개 교회가 뽑혔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가 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발표된 명단을 확인해보니 한인 교회로는 우리가 유일한 것을 보았습니다. 원래는 8월 말에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었는데, 그보다 한 달 빠른 7월 말에 합격(?) 편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9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기다리라고 해서, 성도 여러분께는 이제야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목회자 가족이 3-4개월 정도 사역지를 떠나 평소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하기 힘든 활동(성지순례, 교회 유적지 방문, 선교지 방문, 명소 관광, 수도원 생활 등)에 참여하여 영적, 감정적, 육체적으로 재충전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목회자가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사역하며 교회에 유익을 끼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신청서를 작성할 때 질문들이 상당히 많은데, 특히 목회자와 교회가 각각 어떤 활동을 하는 데 얼마가 들어가는지, 또 몇 월 며칠에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자세히 기록하여 신청해야 합니다. 또한 기금 수여자로 선택된 후에는 신청서에 기록한 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그 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이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고, 신청서에 써낸 내용대로 목회자의 안식년 활동과 관련된 일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내용이 바뀌면 서면으로 허락을 받아야 하며, 중간에 사정이 생겨서 보조금이 조금이라도 남게 되면 그 남은 액수를 전부 다 돌려주어야 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매년 수많은 교회들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는데 소수만이 선택을 받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이번에 우리 교회가 뽑혔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에 선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다음부터 저는 어떻게 우리 교회가 뽑혔을까 생각해보았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교회 성도 여러분이 목사인 저를 신뢰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먼저는 당회원 장로님들이 안식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해주셨습니다. 또한 이 보조금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것을 지난 2월 연석회의 때 결정했는데, 당회원들과 더불어 우리 교회의 성도들을 대표하는 중심 리더들인 위원장들께서 만장일치로 지지해주셨습니다. 그러한 과정들을 신청서에 적는 부분이 있고 교회 대표도 써서 내는 것이 있는데, 그러한 마음들이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확실한 안식년 계획을 제출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신청서를 쓸 때는 안식년의 전체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맞는 활동들을 구체적으로 써서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교회사의 발자취를 따르는 여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교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장소들을 방문하고자 하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그리스도의 복음이 소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미국과 아시아로 퍼져나간 길을 따라가며, 한국 교회에 대한 것도 포함하고 더 나아가 교회의 미래인 선교지를 향해 나아가는 복음의 흐름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고 썼습니다.

내년 여름 3개월 동안 예정된 안식년에 대해 앞으로 계속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