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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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생활을 하다 보면 당회, 집사회, 제직회, 공동의회 등 회의를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24년 동안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한국 교회들 가운데 회의를 하다가 싸우거나 심지어 교회가 분열되는 일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도 교계소식을 보면, 교회에서 회의 중에 서로를 향한 고성과 비난이 난무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등, 교회가 전혀 덕을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거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회의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알고도 지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소속된 미국장로교에 문제도 많지만 장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미국 분들은 회의를 할 때 아무리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는 사안일지라도 철저히 질서를 지키며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승복하며, 도저히 승복하지 못할 경우에는 헌법에 정해진 절차를 정확히 밟으며 항소를 진행합니다.
이전부터 살펴보려 했는데, 마침 오늘 공동의회로 모이게 되므로, 미국장로교에서 내려온 회의 지침들, 특히 회의 예절에 관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인용부호 안의 내용은 미국장로교의 지침이고, 괄호 안은 저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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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은 일인당 3분으로 제한한다."
(한 사람이 너무 오래 발언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3분 제한을 둡니다.)
"각 회원은 한 가지 안건에 대해 2회의 발언을 할 수 있으며, 모든 회원이 한 번씩 발언을 하기 전까지는 두 번째 발언을 할 수 없다."
(각자 원하는 대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최대한 발언할 내용을 준비하고 말해야 합니다.)
"모든 발언은 의장(moderator)에게 해야 한다."
(한국 교인들이 가장 잘 모르는 사항인데, 원래 발언은 서로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장을 향하여 하는 것입니다.)
"모든 발언 내용은 토의 안건에 관계되는 내용으로 한정한다."
(절차가 잘못 진행될 때는 의장이나 회원이 'Point of Order(의사 운영 규칙)'라고 하여 바로잡을 수 있고, 안건과 관계없는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Out of Order(규칙 위반)'라고 하여 발언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발언 내용은 다른 회원이나 다른 회원들의 동기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지적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고, 발표된 의견에 대해서만 토론하라는 뜻입니다.)
"의제와 관계없는 과거의 결의 사항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
(안건과 아무 관계도 없는데 이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을 다시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발언을 신청하는 회원은 다른 회원이 이미 회의석상에서 발언 중이거나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을 때에는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것도 가끔 잘 안 지켜지는 사항인데, 다른 사람이 발언하고 있을 때 동시에 일어나 말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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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이러한 회의법을 잘 익혀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의견은 정확히 발표하고, 또 일단 투표로 결정이 나면 혹시 자신이 원하던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함께 그것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 나아가는, 아름다운 하나 됨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