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또 목회자로서 목회 사역을 하면서 보니까, 신앙의 태도에 크게 세 가지 차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먼저는 '몰상식'한 태도입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몇몇 교인들이 불교 사찰에 들어가 영적 전쟁을 위한 땅 밟기와 대적 기도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어떤 교인들이 인도의 불교 성지에까지 가서 찬양곡을 불러 사회로부터 또 다시 비난을 받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는 대적하여 멸해야 할 사탄의 영역이라는 신앙관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타종교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자신들만이 절대 진리를 소유했다는 우월의식과 오만과 독선이 합쳐지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마저 잃어버린 무례함을 드러내게 됩니다. 게다가 우상 숭배의 한복판에서 담대하게 신앙을 고백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자신은 너무 훌륭한 신앙인이라는 자아도취까지 더해지게 되면, 정말 못 말리는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이처럼 잘못된 신앙 열정은 바른 신앙의 인격을 파괴하여 광신적으로 뒤틀린 교인을 만들어냅니다.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가 아니라 아주 몰상식한 종교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치 잘못해서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신앙은, 그런 광적인 열심 아래 몰지각하고 무례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열정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 잘 정제되어 겸손하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분명히 타협할 수 없는 진리이지만, 그러한 주님의 진리를 소유한 사람의 바른 전도 자세는 무례하고 일방적인 태도가 아니라 온유함과 겸손이며 상대방을 향한 연민과 사랑입니다.

우리가 전도하고 선교하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도 멸망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세계 땅 끝의 모든 민족들은 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들을 사랑으로 품고 나아가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럴 때 주님의 진리가 더욱 아름답게 드러나며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신앙생활을 경계해야 합니다. 몰상식한 신앙 태도는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신앙생활은 그와는 달리 겉으로 온건하게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앙에 더욱 치명적일 수가 있습니다.

1+1은 분명히 2입니다. 그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힘들어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게 되면, 1+1을 했는데 놀랍게 10이 되기도 하고 100이 되기도 하며, 우리의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초상식적인 일이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위험한 분쟁 지역만 일부러 골라서 선교를 나가며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음을 외치는 비상식적 태도는 경계해야 합니다. 마치 굶주린 사자의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으며 "주님, 안 물리게 해주실 줄 믿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휴양지 같은 곳만 고집하거나,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선교를 아예 포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자세입니다. 주님께서 정말 원하시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은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는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지혜롭게 행동하며 선교지의 영혼들을 만나 주님의 복음과 사랑을 나눌 때 초상식적인 역사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번 단기선교를 통해 그러한 역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유익은 순종한 사람이 누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