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smartphone)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요즘 웬만한 사람은 거의 다 스마트폰이 있는 것을 봅니다. 20대 청년들은 물론이고, 10대 청소년들도 스마트폰을 쓰는 경우가 많으며, 30-40대 역시 스마트폰을 많이 씁니다.
저도 3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은 사이즈의 전화기 하나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실시간 문자나 이메일은 물론이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신문을 종류별로 읽을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SNS)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이나 개스 스테이션 등을 찾아야 할 때 어디 있는지 금방 찾아 안내해줍니다. 또 영화나 텔레비전 방송을 볼 수 있고, 성경이나 전자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게임, 날씨, 음악, 손전등, 계산기, 사전, 알람, 스케줄, 쇼핑, 은행, 비행기 티켓 등등 못하는 게 없습니다.
이처럼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폰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지니까, 그만큼 다른 중요한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단절시킵니다.
가족끼리 또는 성도들과 식사하며 교제할 때, 이전에는 전화가 오는 정도였지만,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요즘에는 방해 요소들이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전화가 오고, 이메일이 오고, 문자가 오고, 그에 따라 소리가 울립니다. "따르릉", "삐리릭", "뾱", "딩", "땡", "뿅", "슈욱", "까똑!" 계속해서 소리가 울려대니 사람들이 제대로 집중을 못합니다. 거의 중독 수준입니다.
가족이 집안에 같이 있어도 각자 자기 전화기를 들여다보느라고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기다리느라 그런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거의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십대 자녀들은 더 심합니다. 교회에서도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보면,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심지어 영어예배 때 들여다보며 낄낄 거리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금요일에 모일 때는 미리 전화기나 아이팟 등을 모두 걷어서 저나 다른 리더가 보관하고 있다가 끝나고 나면 돌려줍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주의를 끄는 스마트폰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개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은 같은 장소에 있어도 마음은 각자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결국은 부부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친구 관계, 성도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놓고, 급한 전화나 소식을 기다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가방이나 안주머니 속에 깊이 넣어둘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교회 예배 시간이나 목장 모임 때는 전화기를 아예 꺼내지 않기로 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어떤 청년들은 친구들과 같이 모일 때 다 같이 전화기를 꺼내어 한꺼번에 쌓아놓고, "까똑" 또는 "뿅" 소리가 날 때 그것을 참지 못하고 전화기에 먼저 손을 대는 사람이 그날 밥을 산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것을 목장에서 시도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다 같이 전화기를 모아놓고 소리가 날 때 먼저 손을 대는 사람이 다음 모임 때 맛있는 디저트나 과일을 사오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한두 번 재미삼아 할 수 있는 일이고, 예배나 목장 모임 때는 아예 전화기를 만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작은 기계의 노예가 되는 일 없이, 매순간 의미 있는 시간 사용을 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