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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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 세계적으로 국가의 지도자들이 국민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그것이 비단 지도자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지도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못한다고 비판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소통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훌륭한 소통능력을 가지려면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두 가지 차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내용 즉 메시지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의 차원입니다. 모든 의사소통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고, 동시에 소통을 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이것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신혼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직장에서 너무 지치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마침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를 발견하고는 "여보, 배고파, 밥 줘!"라고 했는데, 아내는 바로 화를 내며 식탁 위에 그릇을 획 내던져 버렸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낮에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힘들게 고생하고 들어온 자신에게 분풀이한 것으로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라 둘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때 남편은 아내에게 그저 밥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뿐입니다. 남자들은 대개 말의 내용 즉 메시지의 차원을 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소통의 관계적 차원에 훨씬 더 민감하기에, 먼저 관계적인 말을 듣기 원합니다.
그래서 밥을 해놓고 기다리는데 자기를 보자마자 첫 마디가 "여보, 오늘 별 일 없었어? 보고 싶었어. 사랑해."와 같은 관계에 대한 말이 아니라 "배고파, 밥 줘"였으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밥순이냐? 여기가 식당인 줄 아냐?'라는 반감이 생겨서 화가 난 것입니다. "배고파, 밥 줘"라는 메시지에 대해, 남편은 내용의 차원만 생각했고, 아내는 관계적인 차원을 먼저 생각해서 생긴 해프닝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의 대부분은 바로 이 소통의 두 가지 차원이 충돌해서 생깁니다. 부부간에만 아니라,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 친구 사이, 교회의 성도 사이에도 언제든지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저를 비롯한 남성들은 말의 내용이나 메시지뿐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의 내용에만 집중하다보면, 그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관계적인 차원에서 소홀하게 되어 인간관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모르던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소통의 두 가지 차원을 기억하고 적용하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저, 시간 있으면 차나 한 잔 하시겠습니까?"라는 식은 좋은 관계로 발전할 확률이 적습니다. 왜냐하면 메시지의 차원(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과 관계의 차원(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이 동시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차를 마시자'라고 하는 뜻이 되기 때문에, 그 말에 상대방이 선뜻 그러자고 하기가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 모르는 사이임을 언급하기보다는, 그냥 친한 친구 사이에 하는 대화처럼 "오늘 점심에 뭘 드셨어요?"라는 식이 좋습니다. 그럴 때 "설렁탕 먹었는데요."라는 대답이 오고 내 쪽에서는 "그래요? 난 갈비탕 먹었는데."라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일단 성공입니다. 친구끼리 할 법한 대화가 이루어진데다가, 서로 비슷한 음식을 먹은 공통된 경험으로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