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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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부부 합동모임 때마다 가정교회 사역과 관련된 좋은 글을 함께 읽으며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지난 10월에는 국제가정교회사역원 원장이신 최영기 목사님의 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우리 교회에 오신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을 비롯해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그 글을 여기에 정리하여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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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수님이 차려주신 밥상>(팀 체스터 저, 홍종락 옮김, IVP 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목장 모임 때 꼭 식사를 같이 하도록 하는 이유가 이전에는 '신약교회가 그렇게 했으니까 우리도 한다'라는 정도로 말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심오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복음과 식탁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먹는 얘기를 빼면 책이 얇아질 정도로, 성경에는 먹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메시야가 와서 세울 하나님 나라를 풍성한 잔치로 묘사합니다(이사야 55:1-2).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부르실 때에도 풍성한 잔치에 초대하셨습니다.
천국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자연세계보다 더 높은 차원의 세계이지만,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이 다 있는 곳입니다. 죄의 영향력이 사라졌을 뿐입니다. 그곳에는 직장, 친구, 음악, 여행 등이 모두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잔치가 있습니다.
식탁은 예수님의 사역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대부분 잔치 자리나 식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이적을 베푸신 자리도 혼인잔치였습니다(요 2:1-11). 예수님께 있어서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하늘나라를 가르치는 자리요,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는 자리요,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자리였습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을 나누실 때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것도 천국 잔치였습니다(눅 22:16, 30).
신약 교인들은 집집마다 다니며 음식을 먹고 떡을 떼었습니다(행 2:46). 이들은 공식 예배와 식탁 교제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거짓 교사들을 배격하고 죄 지은 사람들을 징계하는 방법이 식탁에 같이 앉기를 거부하는 것이었습니다(요삼 5-8절; 고전 5:11). 식탁 교제가 중요했기 때문에, 교회 지도자들을 선출할 때에도 손님 대접을 잘하는 사람을 뽑도록 했습니다(딤전 3:2).
진정한 가족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같이 밥을 먹어야 합니다. 무숙자들에게 음식을 장만하여 나누어줄 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관계의 벽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들과 간식을 나누든지 식당에서 요리를 대접해도 거리감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가정집에서 밥상에 둘러앉아 같이 음식을 먹을 때, 비로소 거리감이 사라지고 진정한 사귐이 시작됩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을 집에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는 것입니다.
신약 교회 성도들은 같은 식탁에서 음식을 함께 먹었기 때문에, 있는 자와 없는 자, 히브리인과 헬라인, 주인과 종 사이에 있는 장벽이 허물어졌고, 신분이나 배경이 달랐던 그들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갈 3:28).
신약 교회 회복을 추구하는 가정교회 성도들에게 식탁은 단순히 영양 공급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가족 됨을 즐기는 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장 모임은 정말 피치 못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집에서 갖고, 목장으로 모일 때에는 반드시 식사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