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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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회사 사장이 있었는데, 병원에 입원한 자기 친구의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 친구도 다른 회사의 사장이었는데,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서 깁스를 하여 침대에 다리를 고정시켜 놓고 있었습니다. 혼자 화장실도 갈 수 없는 그 친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난 머리를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내 비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의식을 못 찾고 있어."
바로 그때 병문안을 온 그 사장의 머릿속에 뜻밖의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친구가 뇌를 다쳤으면 더 좋았을 것을...'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그는 자신이 그런 못된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친한 친구가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친한 친구였고,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숨길 것도 없고 못할 말도 없을 정도로 아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하여 실제로는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자기는 그 친구와 둘도 없이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안타깝게도 '가짜 친밀함'이었던 것입니다.
'진짜 친밀함'이란, 친구가 불행하면 내 마음도 아주 아프고 친구가 행복하면 진심으로 기쁜 것입니다. 이런 진짜 친밀함의 관계를 가지고 살 때 우리는 위로를 받고 안심이 되고 행복해집니다. 반면, 겉으로는 친밀한 관계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가짜 친밀함의 관계일 경우, 뭔지 모를 불편함과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세상에 가짜 친밀함을 진짜 친밀함으로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입니다. 혹시 오랜 세월을 사귀었는데도 항상 거리가 느껴지고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라면, 그것은 가짜 친밀함의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주로 가짜 친밀함의 관계로만 되어 있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트레스에도 아주 취약하여 쉽게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진짜 친밀한 관계가 없는 사람은, 마치 얇은 여름옷만 입고 겨울 추위를 당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쉽게 감기에 걸리고 얼어 죽을 수 있듯이, 세상이 너무나 외롭고 힘들고 두려워 견디지 못합니다.
하지만 진짜 친밀함의 관계 안에서 사는 사람은, 마치 두터운 코트를 입고 추운 겨울을 나는 사람과 같아서, 인생의 추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의 추운 겨울에도 몸을 녹여주고 위로해주는 난로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진짜 친밀함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일차적으로는 가정 안에서 그런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요즘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삶이 바쁘다 보니까 서로 대화가 없고 심지어 서로 볼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끼리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가정 안에서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성도들과도 진짜 친밀함의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지만,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잠깐 와서 예배에 참석하고 가는 것이 교회의 전부인 줄로 압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는 가족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주님 안에서 형제자매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교회라는 사랑의 공동체를 괜히 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유익과 행복을 위해 교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이 질문을 하며 관계들을 점검해보십시오. "형제자매들과 교제하며 나누는 나의 친밀함은 과연 진짜인가 아니면 가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