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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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자가족수련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LA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 특이한 케이스의 심장 부정맥(irregular heartbeat)이 발견되어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급한 수술을 통해 '심장박동 조율기'(pacemaker)를 달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메이커를 다셨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이럴 때 가서 뵐 수 있으면 가는 것이 좋겠다고 원로목사님과 장로님들이 권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급히 월요일 밤에 비행기 표를 끊고, 화요일 오전의 "생명의 삶" 16기 첫 시간을 마친 후, 오후에 바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도착하여 어머니와 함께 병실로 가서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아버지는 11월이면 88세가 되시지만, 직업군인 출신이시라 그런지 강인하셔서, 바로 전 날 수술을 받으셨는데도 혈색이 아주 나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에 가서 뵈었을 때보다 수척해지신 모습에 마음이 좀 찡했습니다. 78세이신 어머니 역시 아픈 곳들이 있으면서도 금방 수술을 받으신 아버지를 옆에서 간호하느라 많이 피곤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급하게 가게 된 것은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퇴원 수속을 비롯하여 당장 처리할 많은 일들로 혼자서 힘들어하실 어머니를 옆에서 돕고자 간 이유도 큽니다. 제가 급히 온 것을 보시며 바쁜데 뭘 왔느냐고 하시면서도 위로 받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가서 뵙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하게 간 것 치고는 비행기 값이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미리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물론 더 비쌌습니다. 대개 비행기 표를 살 때는 몇 불이라도 더 싼 표가 없는지 인터넷 사이트들을 이리저리 찾아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비싼 표를 샀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서 부모님을 뵙는 것이 비행기 표 값보다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이 9/11 테러 사태의 1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때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건물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가족들과 전화 통화한 내용들과, 테러리스트들에 맞서다 추락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추락 직전에 가족들과 통화한 내용들이 알려져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 중 돈을 더 많이 못 벌어서 후회가 된다거나, 더 성공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인생이 끝나게 되어 아쉽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최후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그런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스스로 이런 의문들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는 꼭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야만 분주한 삶을 멈추고 그제야 인생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 지를 돌아보게 되는 걸까요? 왜 평소에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하기보다, 돈이나 성공 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들만 추구하며 살아갈까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을 평소에 좀 하면서 살면 왜 안 될까요?
예수님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이웃을 전심으로 사랑하는 것, 즉 사랑의 관계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덜 중요한 것들을 하느라 가장 중요한 일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평소에 하나님께 최대한 자주 사랑을 표현해드리고, 평소에 가족을 비롯한 내 이웃들에게 최대한 자주 그리고 많이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고 감히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