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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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버지날을 맞이하여 모든 아버지들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위로와 은혜가 넘치기를 소원합니다. 오늘은 저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4번째로 맞이하는 Father’s Day입니다. 한 달 전 어머니께 다녀오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지만, 평소에 이곳에서 지낼 때도 종종 아버지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은 어릴 때 직업군인이셨던 모습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논산훈련소 참모장으로 계셨는데, 그때 지프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외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 고아가 되어서 어렵게 자라신 분이라 그런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분이셨는데, 자상하게 대화하는 스타일은 아니어도 감성적인 분이셨고, 정말로 가정과 직장과 교회밖에 모르던 분이셨습니다. 공휴일이 되면 가족들이 함께 놀이동산에 갈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저와 동생은 아버지의 모델(?)이 되어 드릴 때가 많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신앙인으로서 경건과 정직의 모범을 보여주셨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와 아버지 방에 들어갔을 때, 노트에 성경을 공부하신 내용을 빼곡하게 적어놓으신 것을 여러 권 발견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매주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어린 나이라서 그것이 참 지겨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히 예배만 드린 시간이 아니라 저와 동생이 부모님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불의하거나 부정한 것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그 결과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하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중요한 인물에게 뇌물을 바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끝까지 바치지 않아 심사에서 탈락함으로 전역하신 것입니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나중에 그것을 듣고는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생명의 삶> 공부에도 나오듯, 자녀는 부모의 말을 듣고 배우는 게 아니라 삶을 보고 배운다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평소에 말씀을 많이 하신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정직하게 믿음으로 살기 위해 애쓰셨던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인생의 중요한 지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아들에게 그런 아버지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이미 부모의 손을 떠난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가 어릴 때 좋은 모습을 그렇게 많이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있고, 목회로 바빠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평일에는 삶 공부로 밤늦게 들어올 때가 많았으며, 주말에는 주일 준비로 더더욱 함께해주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사춘기 때는 서로 의견이 달라서 다투거나 갈등이 생기고 어색해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평소에 대화를 잘하는 편이었고, 대학에 간 이후에는 저에게 ‘남자 대 남자로 이야기하자’라는 말도 종종 하며, 그래도 그때 자기를 사랑해서 그랬던 것을 안다고 말해주니, 그 말에 위로가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버지로서 가장 큰 기도 제목은, 아들이 신실한 신앙인으로 믿음의 길을 잘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아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신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제가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