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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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제 아내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사시는 어머니 댁에 잘 다녀왔습니다. 올해 89세이신 어머니는 지난 2020년 11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 혼자 사시는데, 매주 연락은 드리지만 직접 찾아뵙는 건 1년에 한 번 정도이고 머무는 시간도 그저 일주일 정도이기에 늘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혼자 잘 지내고 계시고, 건강도 크게 나쁜 편은 아니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엘에이를 갈 때면 그곳의 지인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오기 위해 미리 연락하고 가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그냥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역시 아무에게도 미리 연락하지 않았고, 일단 도착해서 한 명에게만 연락했습니다. 그분은 오래전 이곳 OSU로 유학을 와서 우리 교회 청년부 회장까지 하다가 그 후 신학교에 진학하여 졸업 후 우리 교회에서 전도사로도 사역했고 지금은 목사가 된 강우중 목사님입니다.
3년 전에 잠깐 봤는데, 그사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하여 가족들과 다 같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콜럼버스에서 태어난 민준이가 어느덧 7학년이 되었고, 그곳으로 이사 가서 낳은 둘째 서준이는 4학년이었습니다. 강 목사님과 김미영 사모님, 그리고 두 아들 모두 건강하고 밝게 잘 지내고 있었고,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주님의 귀한 사역자로 계속 신실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두 번째는 한 죽마고우와의 만남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고 같은 학교와 교회를 다니며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데, 제가 안식월로 9년 전 한국에 갔을 때 교회가 마침 창립 40주년을 맞이해서 행사에 참석했다가 거기서 그 친구의 어머니도 뵈었고 그 친구도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다음 해에 남가주 오렌지카운티로 이민을 온 것입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작년에 한국을 떠나 아들 옆으로 이민을 오셨는데, 제 어머니와도 원래 잘 아시던 사이라 얼마 전 두 분이 만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온다는 소식에 친구도 꼭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며 일부러 어머니를 모시고 한 시간 반이나 되는 거리를 운전해서 찾아와주었습니다. 무려 40여 년 만에 제대로 된 교제를 한 것인데, 그렇게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며칠 전에 보고 다시 본 것처럼 정겹고 반가웠습니다.
또 한 번의 만남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보통 여행을 가게 되면 그것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올리지 않다가 떠나기 이틀 전이 되어서야 그곳의 저녁 풍경이 아름다워서 무심코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그러자 그것을 본 옛 교회 형제 하나가 연락해 온 것입니다.
그 형제는 제가 처음 풀타임으로 사역했던 시애틀 온누리교회에서 만났는데,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세 영어권 학생이었습니다. 금방 전도사로 부임한 저를 크게 환영해주었고 제가 거기서 사역했던 3년 내내 청소년 사역을 도왔던 형제인데, 지금은 40대 중반으로 두 딸의 아버지이자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17년 전 그 형제가 대학 졸업 후 LA에 직장을 잡았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지금껏 신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참 기뻤습니다. 사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은 3년밖에 되지 않는데도 저에게서 영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며, 당시 어설픈 초짜 목회자였던 저를 사용해 주신 주님께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