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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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휴스턴에서 열린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영화나 볼까 하는 셍각으로 최근에 나온 영화 중 두 시간 조금 넘는 비행시간에 맞는 영화가 없나 찾아보는데, 마침 작년에 나온 <Priscilla>(프리실라)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로큰롤의 제왕(King of Rock ’n Roll)’이라고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전 부인이었던 프리실라 프레슬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로 남편 엘비스와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당시 최고 스타의 연인이었고 아내였던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를 진솔하게 표현합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는 마침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영화인 <Elvis>(엘비스)가 있기에 흥미가 생겨 그것도 보았습니다. <프리실라>보다 1년 먼저(2022) 나온 이 영화는 엘비스의 인생과 음악에 대해 더 자세히 보여줍니다.
솔직히 이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미국 최고 스타였다는 정도만 알았지, 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1977년 42세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그의 사인이 마약 중독인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고, 그에 대해 크게 오해했던 것을 깨달았기에 미안함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엘비스가 24세 때, 프리실라가 14세(9학년)라는 어린 나이 때 처음 만나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중에 프리실라가 고백하기를, 자기의 어린 나이를 존중해서 엘비스는 결혼 전 성관계를 갖지 않았고 자기를 정말로 아껴주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 정도 되는 스타라면 성적으로 문란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를 보호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흑백 인종차별이 아주 심하던 1950년대 중후반에 백인인 엘비스는 흑인 음악에 심취하여 흑인들과 어울렸고, 소위 ‘천박한’ 리듬의 노래와 ‘어지러운’ 춤 동작 때문에 자기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얼마간 타협하기도 했지만, 결국 야외 공연장에서 원래 스타일대로 노래를 부른 후 경찰에게 제지당하여 끌려 나가는 장면은 놀라웠습니다.
어릴 때 가난한 시절을 보냈기에 성공한 후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꾸준히 자선단체에 기부를 많이 했던 엘비스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되었음에도 당시 징집제였던 군대에 입대하여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늘 존중하고 몸에 밴 겸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상한 음악을 한다고 비난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고 입대한 면도 있었는데, 바로 그때 군 생활을 하게 된 독일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으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엘비스는 잘 생기고 화려한 외모와 함께, 신나는 로큰롤 비트에 맞춰 하체를 흔들고 발목을 뒤틀면서 추는 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미국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방탕하고 거만한 사람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자신에게 엄격했다고 합니다.
그의 시신 부검 당시 여러 약물 성분이 나왔지만 그중 불법 마약이나 알코올은 없었다고 하니, 그가 말년까지 술이나 마약으로 방탕하게 산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그를 잘 알지도 못하고 오해했기에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