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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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참석했던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 때 쉬는 시간에 몇몇 목사님들과 앉아 대화하는데, 제 옆에 앉은 목사님이 제게 말했습니다. “목사님은 설교를 매주 40분에서 45분씩 하시나 봐요?” 의외의 말을 듣고 약간 놀라서 저도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님은 “제가 목사님 설교를 봐서 압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목사님들도 “목사님의 설교를 저도 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교회 웹사이트 설교 조회 수의 의문이 풀렸습니다. 몇 명인지는 몰라도 가정교회의 목사님들이 제 설교와 목회편지를 종종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저도 다른 분들의 목회자 칼럼을 찾아서 읽을 때가 많지만, 다른 목사님들도 제 글과 설교문을 참조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우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가정교회를 시작한 지 어느덧 17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제 우리 교회도 가정교회에서는 고참급이고(?) 저도 경험이 꽤 쌓인 목사가 되었습니다. 2년 전부터는 가정교회 오하이오 지역 목자로 섬기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가정교회에서 그저 배우고 따라가기만 하는 위치가 아니라, 어느덧 다른 목사님들과 교회들을 이끌어주어야 하는 위치가 되었음을 느낍니다. 사실 우리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가정교회를 늦게 시작한 교회들이 우리를 바라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입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주일예배 설교문을 웹사이트에 올리는데, 원래는 목장 모임 때 설교 요약을 맡으신 분들이 참조하시도록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요약만 올릴까 생각했었는데, 이왕 올리는 김에 설교한 그대로 올리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웹사이트에 올려진 내용은 원래 작성한 설교 원고가 아니라 설교 때 말한 그대로 토씨 하나까지 다 올리는 것입니다. 설교 원고에 없는 내용을 전할 때도 자주 있고, 원래 써놓은 원고와 다른 표현을 사용할 때도 많아서, 그냥 녹화(이전에는 녹음)된 제 설교를 스스로 다시 들으면서 그대로 타이핑하여 올려놓습니다.
처음에는 설교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싶으니 설교문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신 어느 성도님 때문에 이렇게 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제가 했던 설교를 다시 돌아보는 셀프 피드백을 통해 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게다가 아주 자세한 내용 때문에 설교집처럼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아무리 많이 보신다고 해도 한 편당 조회 수는 100회 이하여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최근 설교들은 대부분 100회 이상씩 조회되었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200회 이상 조회되는 것을 봅니다. 1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몇백 회 이상 조회되어 있고, 심지어 작년 3월 ‘산상수훈’ 시리즈를 시작할 때 그 첫 번째 설교는 무려 1,500회 이상 조회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외에도 5천 회 이상 조회된 설교가 꽤 여러 편 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설교는 무려 8,400회가 넘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도대체 저 같은 무명 목사의 설교를 누가 이렇게 많이 보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목회자들, 특히 가정교회 목사님들이 제 설교 방식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대로 가져다 표절하면 안 되지만, 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도움이 된다고 하시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