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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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가 졸업한 신학교에서 열린 동문 컨퍼런스에 잘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제가 신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서 10년 만에 다시 가본 것인데, 같이 졸업한 동기 중에는 저와 다른 한 명만 참석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그 한 명의 동기가 신학교 시절 제가 가장 존경했던 설교학 교수님의 아들이자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기에 반가웠고, 아는 선후배 몇 명도 와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그동안 신학교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신학교 구성원의 변화가 컸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 수가 미국인 학생들에 못지않게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것은 미국인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제가 다닐 때는 목사가 되기 위한 교역학 석사 3년 과정에서 학년별로 각각 50여 명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 60명이 넘게 늘었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지금은 한 학년에 30여 명이라고 합니다.
재학생들의 평균 나이도 이전에 비해 아주 높아졌습니다. 오래전에는 저처럼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신학교에 온 학생과 사회에서 일하다 늦게 목회로 부르심을 받아 온 학생이 반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온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장로교 소속 신학교들이 그런 것처럼, 제 모교도 오랫동안 백인 중심이었습니다. 저희 학년 50명 중 한국계가 저까지 3명이었고, 흑인이 3명이었으며, 나머지 40여 명은 백인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교수진에는 비백인으로 흑인 1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교수 26명 중 흑인 6명, 히스패닉 2명, 아시안 6명(그중 한국계 2세 3명) 등 유색인종 비율이 절반 이상입니다.
학생 중에도 흑인이 많이 늘어났고, 여학생이 더 많아진 것을 보았습니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 때문에 갈등이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각자 인종이나 성별로 자기들의 필요를 채워달라는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갈등이 더 많아지고 그 양상도 더욱 복잡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컨퍼런스 때 전체 모임과 예배 외에 선택식 강의들이 제공되었는데, 그중 특히 두 개의 강의가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용이 좋고 아주 유익했던 반면, 둘 다 미국장로교의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며 보여주었기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중 하나는 캔자스의 한 노회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목사님이 인도한 “작은 교회 모델”이라는 강의였습니다. 자신이 속한 노회의 교인 수가 2002년에서 2022년 사이에 70%나 줄었다는 충격적인 통계를 보여주었는데, 다른 주변 노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미국장로교가 전국적으로 그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도학 교수님이 인도한 “미래 보기: 시각적 시대의 목회”라는 강의였습니다. 코닥(Kodak)이 도태된 이야기를 하시면서,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만 끝까지 고집한 코닥처럼 도태될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변화할 것인지 도전하셨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변해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예전 중심의 예배를 비롯하여 자기가 하는 방식을 바꿀 의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자기가 변하기는 싫어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며, 씁쓸하고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