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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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예정보다 일찍 한국 방문을 마친 후 지금은 엘에이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 10월 24일(월) 엘에이로 가서 25일(화)에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23일 주일 새벽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아프셔서 응급실로 실려 가셨고, 코로나 감염과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되셨습니다.
엘에이에 도착하여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어머니가 코로나 양성이라고 병원에서는 면회도 시켜주지 않고 집 열쇠만 간호사가 전달해주었습니다. 혼자 어머니 집에 들어와 짐 정리를 하고 잠을 자는데 쓸쓸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서울현충원에서 10월 28일에 하기로 이미 정해져 있는 아버지 유골 안장식을 변경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아프신 어머니를 엘에이 병원에 홀로 남겨 두고 저 혼자 한국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건강이 안 좋으시지만 이번에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에 가보겠다고 하셔서 무리가 되더라도 모시고 나가려 했던 건데 이렇게 되어 착잡하고 슬펐습니다. 왜 하필 이때 이렇게 된 건지 약간 답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깨달은 것은, 이것이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비행기에 타고 가다가 아프셨으면 정말 난감했을 것이고, 한국에 도착해서 코로나 양성에 폐렴이 되었으면 안장식 참석은커녕 곧바로 입원해서 격리를 하셨어야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발병하여 병원에 입원하셔서 깨끗하게 치료를 받으신 것이 오히려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안장식을 위해 유골함을 가지고 나가는 것에 있어 복잡하지 않을까 했는데 엘에이 공항에서 검색할 때만 자세한 검사를 받고 그 후에는 아무 조사나 질문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서류를 보자고도 안 해서 제가 오히려 의아했을 정도입니다. 안장식 날은 화창한 날씨 가운데 제 동생 및 친척들이 참석했고, 아버지께서 생전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셨던 기독장교회(OCU) 회원 분들이 은혜로운 예배를 인도해주셔서 너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원래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도착하면 제가 밀착 동행하며 모시고 다니려 했는데, 혼자 나가는 바람에 뜻밖의 자유시간을 얻게 되어서 친척들은 물론 친구들도 여러 명 만나고, 장모님과 처가 식구들도 두 번 찾아뵐 수 있었으며, 우리 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가신 성도님 몇 분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제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이민 와서 힘들어하던 대학생 시절에 그곳 신학교로 유학오신 목사님을 만나 영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 멘토 목사님이 목회하시는 대전으로 가서 23년 만에 찾아뵙고 짧지만 귀한 교제를 나눌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한국 고속열차 KTX도 타볼 수 있어 그것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8일 동안 짧지만 알찬 일정을 보내고 지난 3일(목) 엘에이로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8일에 어머니와 같이 들어오는 일정이었는데, 병이 나서 한국에 못 나가셨기에 제가 한국 일정을 줄이고 며칠이라도 곁에 있어 드리려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입원한지 4일 만에 퇴원하신 어머니는 이제 코로나와 폐렴에서 다 나으셨고 양호한 상태이십니다. 다만 이전보다 더 쉽게 피로를 느끼시고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며칠 더 곁에서 있어 드리다가 예정대로 8일에 콜럼버스로 돌아갑니다.
끝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다 가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