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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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천재적인 극작가였습니다. 그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화려한 명언 제조기였으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비꼬며 비난을 퍼붓는 독설가로도 유명했습니다. 그에게 수많은 일화가 있는데 그중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평소에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좋아하고 로댕의 작품은 무조건 혹평하며 깎아내리는 미술 평론가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버나드 쇼가 그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데생 작품 한 점을 그들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은 제가 최근에 입수한 로댕의 그림입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버나드 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집에 모인 미술 평론가들은 험담을 쏟아내며 이 작품이 왜 형편없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작품에 대한 비난을 동시에 퍼붓느라 분위기가 어지럽고 어수선해졌을 때, 버나드 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 치며 그들에게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아차, 미안합니다. 제가 착각하고 작품을 잘못 꺼내왔네요. 이 그림은 로댕의 작품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침묵에 잠겼다고 합니다.
그 미술 평론가들처럼 편견의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 생각은 항상 옳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사람들이 몇 년 사이에 부쩍 많아졌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그렇습니다.
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한국에 다녀왔는데, 진보 성향의 사람들도 만나고 보수 성향의 사람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새 대통령이 막 취임한 때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쪽에게는 선거 결과가 쓰디쓴 아픔과 괴로움이었고 다른 한쪽에게는 승리의 기쁨과 환희였습니다.
한국에는 여전히 진영 간의 싸움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곳에 사는 우리 역시 아무래도 그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버나드 쇼가 했던 것을 자신에게 적용해보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지하는 A라는 사람이 좋은 말을 했다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반대하는 B가 똑같은 말을 했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까? 똑같은 말인데도 그 말을 한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A이기에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B이기에 싫어한다면 무슨 뜻입니까?
마찬가지로, 내가 반대하는 B가 어떤 잘못된 말을 했을 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을 퍼부을 것이지만, 내가 지지하는 A가 똑같은 말실수를 범한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고 감싸주려 할 것입니다. 똑같은 실수인데도 내가 좋아하는 A가 했을 때는 넘어가 주고 내가 싫어하는 B가 했을 때는 비난한다면, 나는 열린 마음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진영논리에 빠져 편견의 감옥에 갇힌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느냐에 앞서, 먼저 열린 마음으로 그 말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며 진리를 추구해 나아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진리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더욱 그런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