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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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실시간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도 보고 미국 뉴스도 얼마든지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뉴스를 자주 보게 되는데, 어제도 잠시 미국 뉴스를 살펴보려고 컴퓨터로 ABC Live 인터넷 방송을 틀었더니 뉴스가 아니라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는데, 가만 보니까 그 내용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제목은 <What Would You Do?>였는데, 일종의 ‘몰래 카메라’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명 배우들을 동원하여 어떤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숨겨 놓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이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웨이터(배우)가 주문을 받다가 들고 있던 것을 떨어뜨리며 지나치게 당황합니다. 손님들(배우)이 왜 그러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하니까, 자기에게 강박장애가 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손님이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웨이터는 자기가 이 장애 때문에 포크를 집지 못한다며 미안하다고 하고, 손님들은 기가 막혀 하며 ‘이런 당신이 무슨 웨이터로 일을 하느냐?’ 하고 면박을 줍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 중에는 당황하고 있는 웨이터를 위해 자기가 주문을 대신 받아준 전직 웨이트리스 출신도 있었고, 그것을 보며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으며, 바닥에 떨어진 포크를 대신 주워준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화를 낸 손님들이 떠난 후에는 그 웨이터를 따뜻하게 포옹해주며 격려해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상황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가장 불편한 동시에 큰 도전을 받은 내용이 있습니다. 두 여성(배우)이 제과점에 와서 자신들의 웨딩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하자 주인(배우)이 자기는 동성결혼 케이크 제작은 하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거기 있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주인이 그들을 차별했다고 하며 동성커플을 위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빵을 살 수 없다고 분노하면서 동성커플 여성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사람들 중에도 주인에게 ‘당신이 잘못했다’ 하며 야단친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동성애자의 안수와 결혼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스로 질문해보았습니다. ‘왜 사람들은 저런 반응을 보일까? 제과점 주인이 자기 신념대로 동성커플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것이 정말로 잘못일까? 거기 있던 사람들은 전부 다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일까?’
지난 2015년 6월 연방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후로 수많은 미국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더욱 관대해졌습니다. 동성애가 잘못됐다고 반대하거나 거부하면 차별과 편협함이라고 비난을 받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의 핵심은 동성애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가 아니라 태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애가 있는 식당 웨이터가 무례한 손님들에게 곤란을 겪을 때, 다른 사람들은 무례한 손님들의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약자인 웨이터 편에 서준 것입니다. 동성커플 여성들에게 제과점 주인이 자기는 케이크를 안 만드니까 나가라 했을 때, 사람들은 주인의 거친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그런 주인에게 거절당한 동성커플에게 공감하며 그들 편을 들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태도가 좋지 않으면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진리를 말해도 화내거나 교만한 태도로 말하면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우리는 진리를 굳게 붙들되 사랑의 태도로 말할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