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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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화요일(11일)부터 미국장로교 연금국에서 주관하는 ‘크레도’(CREDO)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장소는 플로리다(Florida) 주의 대도시 중 하나인 잭슨빌(Jacksonville)에서 한 시간 반쯤 서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성공회 캠프인데, 인터넷도 잘 안 되고 전화도 잘 안 터지는 시골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CREDO라는 말은 다섯 개 영어 단어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며, 그 다섯 단어들은 Clergy(목회자), Reflection(묵상), Education(교육), Discernment(분별), Opportunity(기회)입니다. 그러니까 ‘목회자를 위한 묵상과 교육과 분별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원래 성공회에서 시작된 CREDO는 현역 목회자들을 위해 안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인데, 미국장로교에서도 2006년부터 도입하여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장로교 CREDO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안수를 받은 지 5년 이내 목회자 대상의 컨퍼런스, 사역한지 5년 이상이고 나이가 30~55세 사이인 중견 목회자 대상의 컨퍼런스, 그리고 사역한지 10년 이상이고 55세 이상인 목회자 대상의 컨퍼런스입니다. 저는 중견 목회자 대상의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전국에서 29명의 목사들이 참가했는데, 그 중 남자가 11명이고 여자가 18명으로, 여성 목회자가 더 많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마침 한인 목회자가 저까지 4명이 왔는데, 다른 분들 모두 제가 아는 목회자들이었습니다. 그 중 두 명은 오래 전 제가 영어목회를 할 때부터 교제하며 알던 영어권 목사님들이고, 다른 한 명도 십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1.5세 목사님이라 아주 반가웠습니다.
CREDO 컨퍼런스는 오고 싶다고 마음대로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라, 먼저 연금국의 초대를 받아야 하고, 또 초대를 받은 후에 즉시 신청해야 등록이 가능합니다. 비행기 표와 숙식비 등 참가비 대부분을 연금국에서 부담해주므로 아주 인기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곳 리더들에게 들으니, 참가자 1명당 들어가는 비용이 $5,000이나 되는데, 그 중 각자 10%만 내고 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학금이 있어 신청했더니 받게 되어서, 저는 감사하게도 전액 무료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CREDO에서 추구하는 것은 목회자의 전인적 건강(wholistic well-being)입니다. 목회자의 영적 측면, 소명의 측면, 재정적 측면, 신체적 건강 측면, 그리고 정신 건강 측면을 각각 다루면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힘차게 사역할 수 있도록 세워주는 컨퍼런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다루는 가운데 변화를 위한 네 가지 단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각 단계마다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는 ‘정체성’(identity)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둘째는 ‘분별’(discernment)로서 ‘하나님은 나를 어떤 사람이 되라고 부르셨는가’, 셋째는 ‘실천’(practice)으로서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넷째는 ‘변화’(transformation)로서 ‘나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입니다.
미국장로교에 문제점들도 많지만, 동시에 좋은 점들도 많은 것을 발견합니다. 특히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데 대해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번에 와서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들을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고, 미국인 목회자들과 귀한 사귐도 갖고 있으며, 덤으로 바쁜 목회 일정에서의 쉼도 얻고 있습니다.
오늘 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일 이곳을 떠나 콜럼버스로 돌아가는데, 빨리 가서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