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HOME > 설교와칼럼 > 목회편지
이전에 제가 부목사로 섬겼던 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 원로목사이신 김득렬 목사님께서 지난 수요일(8일) 세상을 떠나 주님 품에 안기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례예배는 어제 토요일 오전이라 갈 수 없었지만, 입관예배가 금요일 저녁에 있다고 하여 급하게 당일로 다녀왔습니다. 김 목사님은 지난 2006년 우리 교회 양형춘 목사님의 원로목사 취임예배 때 오셔서 설교해주신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미국 땅에 살면서도 한인 이민교회로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저절로 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민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인들의 권익 신장 및 한인 교회들의 성장을 위해 땀 흘려 애쓰신 여러 믿음의 선배들 덕분이며, 그러한 분들 중 한 분이 바로 김득렬 목사님이십니다.
김 목사님은 연세대학교 신학과 기독교교육 교수로 재직 중 미국에 연구로 오셨다가, 당시 개척 초기였던 디트로이트한인연합장로교회의 담임목사로 초빙 받으셔서 1972년부터 1992년까지 20년 동안 담임목회를 하셨습니다. 개 교회 목회뿐 아니라, 미국장로교 내의 한인총회(NCKPC) 창립 위원, NCKPC 총회장, 한영찬송가 위원회 초대 회장, NCKPC 은퇴 목사 및 사모회 초대 회장 등, 한인총회 내에서 활발히 활동하셨고, 미시건과 오하이오 등지에서 여러 한인 교회들을 개척하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미국장로교(PCUSA) 교단 차원에서도 총회 한인목회 특별위원회 위원 및 한미목회 자문위원회 한인 대표 위원도 역임하시는 등, 미국장로교 내에서 한인 교회들의 발전을 위해 크게 애쓰셨던 목사님이십니다. 우리와 같이 미국장로교에 속한 한인 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우리에게 김 목사님과 같은 분이 계셨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야 마땅합니다.
개인적으로 김득렬 목사님과 관련하여 세 가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한국 장로회신학대학원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1992년입니다. 그 얼마 전 디트로이트 교회에서 은퇴하신 김득렬 목사님께서 마침 그때 장신대에 초빙교수로 오셨습니다. 같은 미국장로교 출신이기에 인사를 드렸더니, 그 후 학교 캠퍼스에서 마주칠 때마다 목사님은 유쾌하고 반가운 목소리로 “이 선생, 안녕하쇼!”라고 인사해주셨습니다. 당시 목사님은 65세의 아주 ‘유명한’ 목회자셨고 저는 26세 싱글인 무명 전도사였습니다. 당신의 자녀분들보다도 훨씬 어린 제게 그냥 ‘이 전도사, 잘 지내나?’ 하셨어도 되는데, 늘 존댓말을 하시며 ‘동등한 목회자’로 대해주셨습니다. 근엄한(?) 스타일의 목사님들을 많이 접했던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2001년 디트로이트 교회의 부목사로 부임했을 때였습니다. 처음 부임해서 원로목사님께 인사드리러 가는 게 도리일 것 같아 전화를 드려 찾아뵙겠다고 했더니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니요. 올 필요 없소. 안 와도 됩니다.”라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셨습니다. 자세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조금이라도 교회에 누가 되거나 오해가 될 일이 없게 하시려는 목사님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우리 교회에 부임하기 직전의 일입니다. 콜럼버스로 가게 되었다고 하며 인사드렸더니 제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거기서 평생 목회한다는 마음으로 생명 다해 목회하시오.” 목회자의 올바른 자세를 알려주고 싶으셨던 목사님의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제게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처럼 다가왔습니다.
그 후에도 대회 한인 목회자 수련회 때 종종 뵈었는데, 언제나 반듯한 모습으로 반갑게 대해주시던 김 목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더 이상 이 땅에서 뵐 수 없어 슬프지만, 목사님이 보여주신 참된 목회자의 길을 따라가리라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