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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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새로 도서실에 들어온 책들에 대해 소개하려 했는데, 그것은 다음번에 하도록 하고 오늘은 감기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저번 주 금요일 새벽기도 후에 나오는데 목이 칼칼했습니다. 그래도 지난 주일까지는 콧소리만 약간 날 정도였는데, 월요일부터 몸이 아주 무겁게 느껴지면서 목도 아팠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며칠 동안 계속 약을 먹고 잠을 많이 자면서 쉬었습니다. 그로 인해 손님 초대한 것을 취소해야 했고, 다른 데 초대받은 것도 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요예배 때까지 계속 몸이 안 좋고 목소리도 코맹맹이 소리가 나며 콧물이 많이 나왔지만, 예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추수감사절 당일에도 여전히 몸이 무겁고 머리가 띵하며 목이 아프고 콧물도 계속 나와서,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계속 집에서 쉬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금요일 오후부터는 몸이 많이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고, 교회 사무실에 나와 늦게까지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쉬었지만, 기침이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감사했습니다. 가래 기침이 나면 목구멍에서부터 가슴 한복판까지 뭔가가 찌르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이 오는데, 그렇게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지 않고 회복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 목이 쉬지 않아 말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특히 아주 바쁠 때 감기에 걸려 고생한 것이 아니라 마침 추수감사절 연휴로 사역이 덜 바쁠 때 아파서 쉴 수 있었다는 점이 아주 감사했습니다.

 

제 아들도 비슷한 때 감기에 걸렸기에, 요리 솜씨가 좋은 제 아내가 저희 둘을 위해 얼큰하고 뜨끈한 국을 끓여주었습니다. 그 덕분에도 빨리 나을 수 있었습니다. 몸이 아플 때 이렇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제공해줄 수 있는 아내가 곁에 있다는 것 역시 참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준 아내에게 미안한(?) 일이 있는데, 감기 때문에 그 맛있는 음식들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냄새가 좋았고 맛도 아주 훌륭했을 텐데, 뜨끈한 것만 느껴질 뿐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추수감사절에는 특별 요리까지 만들어주었지만, 먹으면서도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단 것도 짠 것도,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음식이 문제가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의 악영향을 받은 제 혀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감기 때문에 혀의 감각이 둔해져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 맛을 제대로 몰랐던 것처럼, 아무리 삶 속에 좋은 일들이 많고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우리 안의 감사 감각이 무뎌지면 그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되어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이 되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입에서 불평, 원망, 독설 등이 나온다면 자신 안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아닌데도 삶 속에 별다른 감사함이 없다면, 물이 조용히 고이다 썩는 것과 같아서 아주 위험합니다.

 

교회생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큰 교회는 아니지만, 예배당이 있어 언제든지 모일 수 있고, 친교실에서 마음껏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교실도 많고, 건물에 냉난방도 잘 됩니다. 모국어로 드리는 예배가 있고, 삶 공부가 있고, 목장이 있습니다. 헌신된 사역자들이 있고,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감사할 일들이 많습니다. 어떤 불평이나 비난의 말을 특별히 하진 않더라도 이런 조건에 대해 감사가 없다면, 악한 영적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와 영적 감각이 무뎌진 상태입니다. 어디서부터 무뎌졌는지 빨리 찾아서 감사 감각을 회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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