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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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우리가 죄인이라고 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예수님을 안 믿는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느낍니다. 자기는 살인, 폭행, 도둑질, 사기 등을 저지른 적이 없고, 윤리적으로도 흠이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불우이웃을 돕거나 자연재해를 당한 곳에 구제금을 보내는 등 선행도 자주 하는데, 왜 교회에서는 그런 자기를 향해 죄인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며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것입니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죄인 여부를 판단하는 자기 나름의 기준이 있기 때문인데, 대개 그 판단기준은 나라의 법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서 어느 나라이든 그 헌법에 의하면,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폭행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강도질 등을 한 사람은 죄인입니다. 반면,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죄인이 아니고 ‘선량한 시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법을 기록한 성경에서는, 단순히 행동을 넘어 마음으로 짓는 것도 죄라고 가르쳐줍니다. 진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자기 형제자매를 미워하는 사람은 누구나 살인하는 사람”(요한일서 3:15)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살인은 미움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말’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성내는 사람은, 누구나 심판을 받는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얼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의회에 불려갈 것이요, 또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옥 불 속에 던져질 것이다.” (마태복음 5:22, 새번역)
사실 이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말씀입니다. 단지 ‘바보’라 불렀다고 해서 지옥 불 속에 던져 넣는다니, 그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닙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 다른 사람을 향한 언어폭력은 엄청난 죄가 된다는 사실을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면 말이 험해지고 욕이 나오며 저주의 말을 퍼붓게 됩니다. 그런데 맞아서 생기는 상처보다, 심한 욕이나 저주의 말 때문에 받는 상처가 훨씬 더 크지 않습니까? 맞아서 난 상처는 조금 있으면 없어지지만, 말 때문에 받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평생 마음에 남습니다. 그것도 멀리 있는 사람이나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이나 교인처럼 가까운 사람(“자기 형제나 자매”)끼리 말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는 것을 예수님은 정확히 지적하십니다.
우리는 자기가 그런 식으로 죄를 많이 짓고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죄인이라는 말에 불편해하면서, 자기는 그다지 큰 죄인이 아닌 줄로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행동뿐 아니라 마음과 말로 짓는 죄의 심각성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범한 죄’(sin of commission)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죄인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 더 큰 이유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죄’(sin of omission)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가장 큰 계명’, 즉 믿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입니다(마태 22:37-40). 그렇다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가장 심각한 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죄이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믿음의 형제자매들을 사랑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해도 괜찮은 일이 아니라 ‘가장 큰 계명’에 불순종하는 ‘가장 심각한 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고, 서로를 향해 그 사랑을 더욱 실천하며 나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