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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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큐티 본문이 예레미야서입니다. 예레미야는 소위 ‘눈물의 선지자’라고 불립니다. 자기 조국인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당할 것을 눈물로 예언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핍박과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예레미야서를 죽 묵상해오던 중, 지난 6월 25일의 예레미야 20장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을 가지고 유다 백성에게 가서 전했지만, 그들은 그가 선포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를 모욕하고 핍박하며 폭행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레미야는 자신이 그들의 조롱과 모욕거리가 된다고 느끼는 가운데, 처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이제는 주님을 말하지 않겠다. 다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외치지 않겠다' 하고 결심하여 보지만, 그 때마다, 주님의 말씀이 나의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뼛속에까지 타들어 가니, 나는 견디다 못해 그만 항복하고 맙니다.” (예레미야 20:9, 새번역)
하나님께서 자신을 예언자로 부르시고 백성에게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기에, 예레미야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순종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순종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과 인정과 상이 아니라, 조롱과 핍박과 매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 괴로워 ‘내가 더 이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겠다.’라고 결심하지만, 그럴 때 오히려 주님의 말씀이 자기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뼈까지 다 태워버리는 듯 느껴져서, 또 다시 나가 말씀을 전하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예레미야의 이런 솔직한 고백이야말로, 목회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역자들의 심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순종하며 열심히 섬겼는데도 오히려 고통과 갈등을 경험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열심히 사역하다 병에 걸리기도 하고, 가정이나 생업에 계속적인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남들로부터 비난과 조롱과 수치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내가 주님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겨우 이런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면서 실망도 되고 낙심도 됩니다.
교회에서 열심히 사역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해봤지만 나에게 별 유익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열심히 한 것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거나 마음이 힘들어질 때, 이제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며,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목회를 하다가 그런 마음이 드는 때가 없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실 줄로 압니다. 그러나 그만두거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예레미야가 고백한 내용의 뒷부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예레미야도 우리처럼 이제는 다 때려치우고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불붙는 것 같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또 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목회편지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 잠시 동안의 만족은 있어도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면 잠시 어려움이 있어도 지속적인 기쁨을 누리게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이 바로 이것과도 연결됩니다.
사역을 하면서 기쁠 때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그만두고 포기한다면, 결국 그것이 자기만족을 위해서 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나 섬기면서 여러 어려움과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역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비결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이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칭찬과 인정을 받는 유일한 길이며 그래서 내게 가장 유익한 길이라는 성경의 약속을 붙드는 것입니다. 저도 이것을 붙들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