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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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1990년대 초였습니다. 굉장히 느린 속도의 인터넷이었는데도 얼마나 마음이 들뜨며 좋았는지, 이제와 그것을 돌이켜보면 웃음만 납니다. 그때는 전화선을 사용했기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집 전화가 안 됐는데도, ‘삐비빅~드르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인터넷에 접속이 되면, 지금에 비해 엄청나게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 후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인터넷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빨라졌습니다. 그 사이 세계 인터넷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뉴스나 드라마나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이전 시대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졌고 파일들도 커졌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교회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는 상당히 빠른 수준으로, 100Mbps 정도입니다. 지금의 인터넷 서비스로 바꾸기 전 사용하던 것의 최대 속도가 불과 5Mbps 밖에 안 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20배나 빨라졌습니다. 처음 전화선을 사용하던 인터넷 속도가 56kbps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785배나 빨라졌습니다.
제가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는 그보다 많이 느린 24Mbps인데, 요즘은 프로그램들의 용량이 커져서 더 빠른 속도의 인터넷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찾아보다가 며칠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지금보다 더 빠른 인터넷 속도가 필요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지금 사용하는 속도 정도면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더 빠른 속도를 원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더 빠른 인터넷은 주로 미디어 시청이나 파일 다운로드를 위한 것인데, 그러니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냥 ‘원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다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파를 새 것으로 교체할 때는 그 동안 쓰던 것이 낡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은 더 편하고 안락하고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내가 원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바꿀 때도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더 잘 달리는 것, 더 멋진 것, 더 비싼 것을 ‘내가 원해서’ 바꿉니다. 취미활동을 할 때도 ‘나’에게 재미있고 ‘내가’ 즐거운 것을 합니다.
결국 삶의 모든 것이 ‘내 만족’을 위한 것임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게 재미있고, 내가 편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합니다. 전부다 ‘나 중심’입니다. 실제로 많은 종교와 철학에서는 ‘너 자신이 네 인생의 주인이다.’라고 가르치며, 사람들이 세상에 살면서 추구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만족’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누구나 자기 자신의 만족과 유익을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가리켜 ‘자기가 주인인 삶’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경은 그것이 잘못됐다고 가르칩니다. 성경은 나의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고 ‘하나님’이심을 알려줍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은 자기만족을 위해 뭔가를 했을 때 체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자기가 원해서 하는 것이 처음에는 즐겁지만, 조금만 지나면 싫증이 나고 만족이 없어집니다. 즉, 처음에는 좋은데 그게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반면, 하나님의 만족을 위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게 되면,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며 그것은 영원히 지속됩니다. 내 만족이냐 하나님의 만족이냐, 잠시의 즐거움이냐 영원한 기쁨이냐를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