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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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주 동안 <말씀의 삶> 공부를 한 덕분에(?) 매일 성경을 여러 장 읽고 있고, 또 강의를 준비하는 가운데 성경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들을 함께 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유익을 얻고 있습니다. 신약성경과 관련되어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가 헤롯인데, ‘헤롯대왕’ 또는 ‘대 헤롯’이라고 불리는 그는 예수님이 태어나시던 시기에 유대 땅을 다스리던 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왕권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면 누구든지 가차 없이 제거했고, 심지어 자기 아들들과 아내도 죽였던 악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나셨다는 동방박사들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 근처에서 태어난 2살 이하의 남자아이들을 다 죽이라고 명령했던 잔인한 왕이기도 합니다. 그런 헤롯이었지만, 사실 그는 역사적으로 용맹한 장군이었고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지녔던 인물입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은 후 그의 신하였던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가 권력투쟁을 벌일 때, 헤롯은 자신을 유대의 왕으로 임명해준 안토니우스 편에 서며 의리를 지켰습니다. 나중에 안토니우스가 유프라테스에서 전쟁을 치르며 어려움을 겪을 때, 헤롯 자신도 그때 힘든 상황이었지만 그는 군대를 이끌고 가서 안토니우스를 도움으로써, 자신을 유대의 왕으로 세워준 안토니우스의 은혜에 보답을 했습니다.
그 후 BC 31년 9월 2일, 드디어 그리스 서부 해역에서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군대가 맞붙어 패권을 놓고 결전을 치렀는데, 바로 이 전쟁이 역사에서 유명한 ‘악티움 해전’입니다. 이 전투는 옥타비아누스의 승리로 끝났고, 패배한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연인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가 패함으로 헤롯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헤롯은 옥타비아누스가 자신을 소환하기 전에 먼저 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고, 악티움 해전에서의 승리 후 잠시 로도스 섬에 머물고 있던 옥타비아누스를 찾아갑니다. 그때 헤롯은 담대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호소합니다.
“옥타비아누스여! 저는 안토니우스에 의해 유대 땅의 왕으로 임명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에게 재물은 물론 몸과 영혼까지 다 바쳐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악티움 해전에 앞서 안토니우스가 패배할 것을 예측한 수많은 동방의 왕들과 귀족들이 안토니우스에게 등을 돌리는 와중에도, 저는 제게 은혜를 베푼 안토니우스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과거에 누구와 친구였는지를 보시기 전에, 제가 얼마나 충성된 친구였는지를 봐주십시오. 이제 저는 당신을 위해 그런 존재가 될 것입니다.”
옥타비아누스는 헤롯의 솔직함과 담대함에 큰 감명을 받고, 헤롯을 더욱 확고한 유대의 왕으로 임명했습니다. 이 옥타비아누스가 바로 로마의 첫 번째 황제이자 누가복음에 나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개역개정에는 가이사 아구스도, 눅 2:1)입니다.
헤롯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충성의 대상을 바꿈으로써 살아남았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신약학자 톰 라이트(Tom Wright)는 그러한 헤롯을 가리키며, 회심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심했다 하면서도 실제로는 헤롯만큼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믿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그들의 충성의 대상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충성을 바치는 주인은 예수가 아니라 여전히 돈과 권력입니다.
우리가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이 충성을 바치는 대상을 완전히 바꿨다는 면에서는 헤롯을 본받아야겠습니다. 내가 진짜로 충성하고 있는 대상은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