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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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에서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팀은 1승 2패로 조 3위가 되어 16강에 못 올라가고 아쉽게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2패를 당한 후 벌어진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을 맞아 모두의 예상을 깨고 2대0으로 승리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이번에 아시아에서 출전한 5개국 중 네 팀은 탈락하고 유일하게 일본만 16강에 진출했는데, 떨어지고도 칭찬을 받은 팀들에 비해 일본은 올라가고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조별 경기에서 일본은 이미 2패로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와 붙었는데, 같은 시간에 벌어지고 있던 콜롬비아와 세네갈의 경기가 0대0으로 진행되던 시간에 폴란드가 일본에게 먼저 한 골을 넣어 0대1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콜롬비아와 세네갈이 16강에 올라가고 일본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몇 분 후 콜롬비아가 세네갈에게 한 골을 넣음으로써 상황이 또 바뀌었습니다. 일본과 세네갈이 승점과 골득실 차와 다득점이 모두 같아져서, 대회 규정에 따라 페어플레이(fair play) 점수를 따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 4개의 경고를 받은 일본이 6개의 경고를 받은 세네갈보다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섰기 때문에, 두 경기 모두 0대1로 끝나면 일본이 올라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일본 팀 감독은 그때부터 고의적으로 공격을 멈추고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끄는 작전을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수준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선수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고 공을 슬슬 돌리기만 하며 전혀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 아주 형편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관중들은 그런 일본 팀에게 심한 야유를 보냈지만, 일본 선수들은 꿈쩍도 안 하고 계속 시간만 끌었습니다.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고, 결국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선 일본이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여러 나라의 매체들이 일본 팀에게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는데, 그때 일본 측의 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본 감독은 “이기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명했고, 일본 팀 주장은 “보기에 아쉬웠겠지만 이것이 승부의 세계”라고 했습니다. 일본 팀의 전 감독도 “대표 팀은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결과를 낸 감독의 승리다.”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한국 팀도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탈락한 것인데, 강팀인 독일을 이겼다는 결과 하나 때문에 문제들이 슬쩍 덮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실 스포츠뿐 아니라 대부분의 세상일들은 과정이 안 좋더라도 결과만 잘 나오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십니다. 아무리 결과가 좋고 성공해도, 과정에서 술수를 썼거나 주님께 불순종했다면 결코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과정과 결과가 다 좋으면 최상이겠지만, 비록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과정에서 신실하게 최선을 다했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인정해주십니다.
요즘 <말씀의 삶>에서 성경을 읽으며 이 점을 더욱 실감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악한 왕이 아합인데, 사실 그는 좋은 업적도 꽤 많이 남긴 왕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를 가장 악한 왕이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북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크게 영토를 확장하고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며 모든 면에서 가장 성공한 왕이 여로보암 2세입니다. 그렇게 놀라운 결과와 최고의 성공을 거둔 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그를 가리켜 단순히 ‘악했다’라고 평가하며 그에 대한 설명을 단 일곱 절로 끝냅니다.
반대로, 세상이 보기에는 실패했고 보잘것없더라도,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며 나아간 사람들에 대해 성경은 ‘착하고 신실한 종’이라 평가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인정해주시는 사람,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