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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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도 덕분에 저희 가족은 지난주 로스엔젤레스 부모님 댁에 잘 다녀왔습니다. 제 아버지는 92세이시고 어머니는 83세로 많이 연로하신데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찾아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LA 코리아타운에 사신지 벌써 15년이 되었는데, 덕분에 저희도 지난 15년 동안 매년 방문하며 이곳과는 너무나 다른 그곳의 문화와 환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바로 느껴지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길이 막힌다.’와 ‘한국사람 참 많다.’입니다. 남가주는 미주에서 한인 인구가 가장 많기에, 코리아타운은 물론이고 곳곳에 한인 상점들이 즐비하며 한인 교회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민 역사가 길기 때문에 오래 된 교회들이 많고 한 교회에서 오랫동안 충성스럽게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들도 꽤 있는 반면, 교회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이 교회 저 교회 옮겨 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도 상당합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이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교회에 와서 편안하게 예배에 참석하고 가도록 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을 모르는 분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일에는 아무래도 소홀해지게 되고 맙니다.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는 한국어권 장년 출석이 350명 정도이고 전체적으로 500명이 넘는 중형 교회입니다. 매주 새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오지만,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금방 빠져 나가거나 등록하고도 얼마 안 되어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인들의 얼굴이 매번 바뀌지만 전체 숫자는 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남가주에는 꽤 알려진 한인 교회들이 많고, 굉장히 열심히 사역하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큰 감동이 있는 예배 분위기 가운데 사람들이 뜨겁게 찬양하며 큰 은혜를 체험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기존 신자들이 기분 좋게 교회에 나와 편안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들과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봅니다.
그러한 것들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사실 예배가 은혜롭고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활성화되면, 성도들이 건강한 신앙인으로 자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 큰 은혜를 경험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삶의 변화나 헌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은혜는 많이 받는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교회의 모든 역량을 기존 신자들에게 집중하는 사이에, 전혀 주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해서 영혼 구원하여 제자로 만드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놓친다는 점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남가주에는 소위 ‘뜨는’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목회자의 설교가 좋거나, 제자훈련을 잘하거나, 찬양 팀 수준이 높거나, 예배 분위기가 은혜롭거나, 자녀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급성장하는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그런 교회가 별로 없고 대부분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습니다.
LA에 갈 때마다 ‘교회란 무엇인가’와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결단하고, 삶 공부를 통해 말씀 위에 굳게 서며, 교회와 목장에서의 교제를 통해 서로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것과 동시에, 아직 주님을 모르는 영혼들을 주님께 인도하기 위하여 함께 힘을 모아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때, 놀랍게도 우리 자신이 주님의 신실한 제자로 자라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