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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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머니주일에 휴스턴서울교회 이수관 목사님이 멀리 한국에 사시는 어머님에 대한 글을 쓰신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 가정도 겨우 1년에 한 번 휴가를 내어 캘리포니아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형편이고, 한국에 홀로 계신 장모님께는 거의 가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그 글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성도님들 중에도 부모님이 멀리 계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마음 자세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그 글을 여기에 정리하여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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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어머니는 올해 86세가 되셨습니다. 그 당시는 호적이 실제보다 거의 1-2년 늦으므로 아마 실제 연세는 조금 더 많으실 것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혼자 사십니다. 워낙 소일거리도 잘 찾으시고 취미생활도 많으신 편이지만, 지금은 허리가 많이 아프시고 많이 늙으셨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난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으니, 제가 떠나올 때 66세로 젊으시던 어머니가 지금은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한 번은 한국에 갔다 올 때 일정이 바빠서 따로 뵙지 못하고, 출발하는 날 공항으로 오시게 해서 뵙고 떠나오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제가 목자를 하고 있던 때였는데, 눈물 사이로 어머니를 보며 했던 생각은 ‘내가 뭐하는 것인가? 육신의 어머니조차 돌보지 못하고 버려두고 있으면서, 목자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을 섬긴다고 이러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것은 막연한 자기연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곁에 가까이 계신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면서 상황을 탓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자리에서 지금 맡겨주신 사람들을 열심히 섬기고, 대신 어머니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께서는 부모님을 책임져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도님들 중에도 부모님을 한국이나 타주에 두고 제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섭섭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막연히 죄의식을 갖지 마시기를 바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제가 했던 몇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우선은 자주 전화해 드리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늘 우리에게 큰 것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자주 전화해 드리는 것으로도 부모님은 충분히 고마워하십니다.
그리고 상황이 허락할 때, 온 종일 부모님과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국에 갔을 때 몇 번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길게는 2박3일을 시내 호텔에 묵었던 적도 있고, 짧게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도 있지만,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며 저녁에 영화를 보러가서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리고, 찜질방에 모시고 가서 시간을 같이 보낼 때, 제게도 어머니에게도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기회가 주어질 때, 부모님을 용서하고 용서받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제게 한 상처가 되었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그 사건을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너무너무 미안해하셨고 용서를 구하셨습니다. 저는 “무슨 용서예요. 용서는 제가 어머니께 구해야지요.” 하며 제가 기억하던 어머니께 잘못했던 일들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날 서로에게 용서를 구했던 그 시간은 어머니와 저 사이에 잃어버린 그 동안의 세월을 모두 보상해줄 정도의 소중한 시간이었고, 성인 대 성인으로 어머니와의 관계가 깊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자주 “너와 함께 지냈던 그 시간들이 꿈만 같다.”라고 하시며 고마워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