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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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IVP 역간)가 있습니다. 저자는 로버트 뱅크스(Robert Banks)인데, 그는 호주 출신으로 직업과 신앙, 성경적 공동체, 가정교회, 평신도 신학, 일상생활,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한 신학자입니다. LA 근교의 풀러(Fuller) 신학대학원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사역하다가, 은퇴 후 고향인 호주로 돌아가 지금은 개인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70페이지 정도 밖에 안 되는 아주 얇고 작은 사이즈의 책이지만, 뱅크스 교수의 다년간의 역사적 자료 및 성경 연구와 목회 경험에서 나온 뛰어난 책입니다. 이 책에서 뱅크스는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을 사용하여, 고대 로마에서 행해지던 1세기 교회 예배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합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푸블리우스라는 로마인 VIP인데, 크리스천인 친구 글레멘드가 그에게 아굴라와 브리스가 부부의 가정교회 모임을 소개하고 참석을 권하여 함께 가게 됩니다. 그날 총 22명의 가정교회 식구들이 모였는데, 가정교회의 예배는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서로 거룩한 입맞춤의 인사와 포옹으로 시작됩니다.
귀족인 아리스도불로와 그의 노예 루시아가 들어올 때 집주인 아굴라가 주인과 종을 전혀 차별 대우하지 않는 것에 푸블리우스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브리스가가 푸블리우스 자신을 가장 상석인 최고 귀빈 자리에 앉으라고 한 것도 놀랍습니다. 신분상 그 자리는 귀족 아리스도불로가 앉을 자리인데, 그는 기꺼이 자기 종 루시아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크리스천의 모임은 파격과 신선한 충격이 있었습니다.
가정교회 예배 진행은 애찬과 성찬이 함께 진행되는 분위기였는데, 집주인인 아굴라가 빵 한 덩이를 들고 감사기도를 하며 말합니다. “그분은 육체로는 이 방에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지만 분명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 빵으로 시작하여(이때 그는 빵을 큼지막하게 잘라 식구들에게 돌립니다) 함께 먹으면서, 또한 먹는 가운데 서로 나누는 사귐을 통하여, 우리는 그분을 우리 안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VIP인 푸블리우스는 그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저들은 지금 자기들의 신과 함께 있구나. 난 잘 모르겠지만 저 실체는 뭘까?’ 하는 영적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가정교회 모임 분위기는 서로의 형편을 묻고 대답하는 것이 이어집니다. 식사 중에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난주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후로 좋아졌다고 감사하며, 피부연고, 통밀죽 요리, 동방의 치유사원, 의술과 기도 등의 잡다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진행됩니다. 그걸 보며 푸블리우스는 ‘나도 다 아는 이야기네.’라고 생각합니다.
식사 중에 푸블리우스는 다시 충격을 받는데, 귀족 아리스도불로가 자기 종 루시아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는 것을 본 것입니다. 노예들은 밖에서 먹는 것이 관례인데, 이런 파격적 섬김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사도 바울의 편지를 읽으며 주님의 뜻을 찾기도 합니다. 그러다 가정교회 모임의 마지막 시간에 성찬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모두가 돌아가며 대화식으로 기도를 하는데, 푸블리우스는 이 대화식 기도와 서로를 축복해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헤어질 때 브리스가는 남은 음식을 식구들에게 다 나눠주며 갖고 가게 합니다. 특히 노예인 두 사람에게 남은 음식을 보자기에 가득 담아 보냅니다.
아굴라의 집을 나서면서 푸블리우스는 그날 모임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가의 초청을 받아들여 다음 주 모임에 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뭐라 말하기 힘들다. 확신이 없다. 하지만 어쩐지 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